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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히치콕의 맥을 잇는 정통 스릴러 '유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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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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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맥그리거와 피어스 브로스넌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원작자 로버트 해리스와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연구에 몰두, 그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유령작가'와 '아담 랭'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아주경제 인동민 기자)

선임자의 죽음으로 전 영국 수상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유령작가(이완 맥그리거)’. 자서전을 작업하면서 ‘아담 랭’과 그 배후에 숨겨진 미국과 영국, 두 국가간의 거대한 음모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자살로 결론 지였던 선임자의 죽음 역시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 '유령작가'는 네비게이션에 남겨진 선임자가 남긴 단서들을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유령작가'가 파헤치는 진실은 무엇일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2010년 제60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영화 ‘유령작가’는 ‘악마의 씨’ ‘차이나타운’ ‘피아니스트’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스릴러의 거장 폴란스키 감독의 최신작이다.

유령작가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The Ghost’를 원작으로 한다. 소설 ‘The Ghost’는 2008년 국제 스릴러 작가 시상식에서 최고의 소설상을 수상한 역작이다. 2007년 초 해리스는 폴란스키 감독과 영화 '폼페이'의 각색 작업을 진행하면서 ‘The Ghost’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덕분에 소설은 폴란스키 감독의 취향과 성향, 그리고 흥미로운 소재에 대한 영향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폼페이’의 영화화 작업이 길어지자 그는 폴란스키 감독에게 ‘The Ghost’를 건넸고 이를 읽은 폴란스키 감독은 완전히 매료돼 “이 소설을 먼저 영화화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각색 작업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자서전을 대필하게 된 주인공 유령작가가 영국과 미국, 두 국가간의 거대한 음모를 발견하고 진실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해외에선 개봉과 동시에 알프레드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스릴러에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언론과 평단ㆍ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폴란스키 감독 영화 중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되기도 했다.

또한 영화는 기존의 다른 영화들이 다루지 못한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이는 바로 실존하고 있지만 그 존재가 결코 알려져서는 안 되는 직업이자 항상 타인의 그림자로서만 존재하는 유령작가를 소재로 한 것이다.

유령작가는 유명인의 뒤에서 그 사람의 이름으로 글을 대신 써 주는 작가를 이르는 말로 흔히 대통령의 연설문이나 유명인의 자서전 등을 대신 집필해주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서도 유령작가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출판하는 경우가 많아 한때 모 아나운서와 미술가 등이 유령작가 파문에 휩싸일 정도로 음지의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화의 서두는 유령작가에게 전 영국 수상 아담 랭의 자서전을 집필해 달라는 데서 시작한다. 또한 유령작가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유령작가라는 독특한 직업을 이용해 유명 정치인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 뒤 숨은 진실을 파헤칠 수 있는 특권까지 부여한다.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 뒤에서 은밀하게 감춰져 있던 그들이 주체적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남들 앞에 나설 수는 없다. 아담 랭과 유령작가의 첫 만남에서 그가 자신을 소개 할 때 “나는 당신의 유령작가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 유령작가의 이름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처럼 유령작가는 언제나 누군가를 대신하기에 ‘나’라는 존재보다는 '아무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해도 그 어떤 영예를 누릴 수 없다. 그저 그는 유명인 뒤에선 유령작가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특한 소재를 통해 영화는 실제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유령작가를 경험할 수 있는 놀라운 세계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해외 개봉 이후 관객들의 열띤 지지를 받으며 폴란스키 감독의 작품성에 대중성을 덧입힌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유령작가는 소설에서 영화 시나리오로 다시 태어나면서 여러 걸작 스릴러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

원작자이면서 각색에도 참여한 해리스는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는 어떤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건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논리적이다”며 “시나리오를 작업하면서 히치콕적인 스릴러 요소를 넣으려고 시도했다”고 히치콕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유령작가도 평범하고 이름없는 사람이 어떤 일로 완벽히 놀라운 세상에 떨어지는 이야기이다”며 “스릴러 장르가 나와 폴란스키 감독을 빨아 당긴 것은 스릴러가 가지고 있는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의 힘과 그 추진력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덕분에 유령작가는 히치콕의 맥을 잇는 제대로 된 정통 스릴러로서 낭자한 혈흔, 잔인한 살인장면 한번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과 스릴을 완벽히 갖춘 웰메이드 스릴러로 완성됐다.

해외 언론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정말 놀랍다. 너무 매력적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잘 만든 영화다(뉴욕 타임즈)” “영화를 보는 내내 조마조마 한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정말 훌륭하다(GQ)” “가슴이 멎는 듯한, 히치콕을 떠올리게 해준 폴란스키(헐리우드 리포터)” 등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뉴욕 타임즈는 “폴란스키의 기법은 히치콕의 기법을 연상시키면서 감독의 스릴러 세계를 집약해서 보여준다”며 폴란스키 감독을 히치콕을 이을 정통 스릴러의 거장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 속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국가간 역학관계와 정세를 통찰력있게 묘사했다. 또 권력의 중심에서 물러난 정치리더와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현실까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담담하고도 냉철한 시선으로 다가섰다. 영화 속 상황과 환경에 의해 고립된 두 주인공의 모습은 현대사회의 정보화 홍수 속에서 수많은 정보들에 둘러싸인 채 고립되어가는 21세기 현대인의 모습인 것이다. 6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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