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미소년 피아니스트 '얀 리치에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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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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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쇼팽 탄생 200주년인 2010년 첫날, 금발의 15살 미소년 얀 리치에츠키(Jan Lisiecki)는 폴란드 젤라조바 볼라에 있는 쇼팽의 생가에서 그의 왈츠를 연주했다.

이날 행사는 폴란드 문화부 장관 등 몇몇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지만, 연주 실황은 폴란드 전역에 중계 방송됐다.

"제가 좋아하는 쇼팽의 생가에서 그의 곡을 연주하다니! 전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폴란드 분이어서 쇼팽을 친근하고 가깝게 느끼고 있거든요. 비록 연주 장소가 비좁고 어두웠지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지난 22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근처 피아노 연습실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얀 리치에츠키는 당시를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서울 국제음악제의 첫 공연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은 그의 첫 내한공연이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에서 연주한 적은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에요. 지난 19일 한국에 들어온 이후 사찰과 고궁에 가봤는데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백화점에 가서 쇼핑도 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먹었고요. 전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함께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그동안 이 곡을 협연한 횟수는 5∼6번 정도로 많지는 않지만, 그는 항상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반영코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수원시향과의 협연 준비를 위해 그저께 수원에 가서 김대진 교수를 만났어요. 인간적으로 너무나 훌륭하고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또 김 교수 자신도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이번 협주곡을 잘 알고 계시더라고요.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오랫동안 제 기억에 남을 협연이 될 것 같아요."

5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했다는 그는 9살 때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피아노 신동'의 자질을 보였다. 이후 2009년 캐나다 오타와의 국립예술극장에서 핀커스 주커만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협연하는 등 그동안 요요마, 제임스 에네스, 임마누엘 액스 등 쟁쟁한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음악 외적인 재능도 뛰어나 정규 교과과정을 4년이나 월반(越班)했다. 이는 현재 그가 거주하는 캐나다의 앨버타 지역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5살 때 이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당시 선생님들이 공부뿐 아니라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볼 것을 권유해 피아노를 치게 됐습니다. 바이올린 등 다른 악기는 비싸서 배우기 어려웠지만 피아노는 다행히 부모님 친구 분이 빌려주셔서 시작할 수 있었죠. 물론 피아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요.(웃음)"

그는 음악 이야기를 할 때는 사뭇 진지했지만 음악 외적인 질문에는 장난도 치고 큰 소리를 내며 활짝 웃는, 영락없는 15살 소년이었다.

연주회나 연습이 없는 날에는 독서와 수영, 수학 문제 풀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전했다.

"제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음악에 대한 부담감이나 스트레스는 없어요. 오히려 여행을 다니며 연주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제가 외아들이지만 부모님이 제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라고 강요하지 않으세요. 모든 일을 저와 상의해서 결정하고 헌신적으로 도와주시죠."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여러 시대의 곡을 다양하게 연주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쇼팽을 좋아하지만 바흐와 모차르트부터 현대 음악까지 시대를 막론하고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싶어요. 특정한 작곡가의 스페셜리스트로 굳어지고 싶지는 않거든요.(웃음)"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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