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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5일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웰컴 투 마이 월드'의 연출을 맡은 오재익(사진·44)씨는 연출가로 데뷔하는 소감을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996년 이문세의 뮤지컬 콘서트 '짝짝이 신발'을 시작으로 15년 동안 30여 편을 안무한 베테랑 춤꾼.
뮤지컬 '그리스', '남한산성' 등 굵직한 작품의 안무를 총괄했고, 최근까지 세종문화회관 안무감독을 지내기도 한 그가 과감히 업종 전환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그는 "안무가의 능력이 아무리 빼어나도 결국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선장은 연출가"라면서 "몇 년 전부터 연출가가 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대본을 습작해보고 정극 연출도 공부했다"고 말했다.
배우의 몸짓을 포함해 무대의 전체 이미지는 구성하는 것이 안무가라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것이 연출가의 몫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
그는 "배우들의 춤을 화려하게 짜는 것이 반드시 관객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좋은 뮤지컬일수록 어디까지나 드라마 전개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상상하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
국내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 중인 안무가 출신 연출가는 지난 4월 막을 내린 '올댓재즈'를 연출한 서병구씨를 포함해 네댓 명에 불과하다.
그는 "안무가 출신 연출가가 늘어나는 것은 세계적 추세로 국내에서도 관객 수준이 높아지면서 최근 들어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안무가 출신이 연출을 맡으면 상대적으로 대사와 노래, 동작과 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무가 출신이 연출한 뮤지컬이라 해서 현란한 춤과 볼거리에만 치중했을거라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짐작"이라고 오씨는 강조했다.
그는 "연출을 맡으면서 오히려 배우들에게 화려한 춤을 자제하도록 주문한다"면서 "무대에서 배우가 춤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역량 중 70%만 드러내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남겨둬야 관객이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 공간을 채우면서 뮤지컬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무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이렇게 내 인생이 끝나는구나' 싶던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고.
6년간 쉬지 않고 춤 연습에 몰두한 탓에 2001년 갑작스럽게 고관절에 이상이 왔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을 받지 않으면 두 발로 걷기도 힘들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춤을 포기한 채 고무호스를 달고 살 바에야 차라리 죽겠다'면서 끝내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다.
그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꾸준히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가벼운 춤 연습을 병행했더니 놀랍게도 건강이 차츰 회복됐다"면서 "무대에 서는 것이 천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국내에서도 외국 무대처럼 춤을 강조한 뮤지컬에는 안무가 출신이, 음악이 중요한 뮤지컬에는 작곡가 출신이 연출가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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