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서울시가 공급 중인 장기전세주택(시프트)가 당초 목표했던 공급량을 채우지 못한 채 딜레마에 빠져 있다. 오는 2018년까지 13만2000가구, 당장 올해 1만244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담당부처에서는 공급량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처음부터 실현 불가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공급 예정인 1만244가구 가운데 2000여 가구가 내년도 공급물량으로 이월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공급 예정이었던 서초구 우면2지구와 세곡5지구의 공급이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면2지구의 경우 원주민 토지 보상 문제로 송사에 휘말려 현재 총 12개 단지 가운데 일부만 착공한 상태"라며 "세곡5지구도 타워크레인 설치 문제로 인해 착공이 늦어져 분양시기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공급차질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서울시가 목표했던 시프트 공급량은 3870가구인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2625가구에 그쳤다. 2009년에도 목표치인 1만2800가구에 크게 못미치는 3243가구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올해에도 공급차질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시는 가용택지 부족으로 그동안 공급량의 95%가량을 차지했던 건설형 시프트의 공급량 감소가 불가피하자 역세권 시프트 활성화 방안, 전세대책, 준공업지역 시프트 건립 등의 대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세권 시프트의 경우 해당 조합들은 용적률을 500%까지 완화해준다 하더라도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임대주택 도입시 집값 하락을 우려하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가 관리처분인가 직전의 사업장에도 시프트 도입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곳곳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사업계획 변경을 위해선 적어도 6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성동구 행당동의 한 주민은 "서울시가 임대주택 확보에 혈안이 되면서 안 그래도 지지부진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조합원 사이에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사업이 늦어지고, 금융비용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공급 차질은 결국 시프트를 기다리던 시민들을 울상짓게 하고 있다.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에 청약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진입을 노렸던 수요자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급날짜가 밀리면서 당초 계획했던 공급량을 결국은 못맞추겠지만 2018년까지의 공급총량을 따져본다면 그리 많은 양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며 "국내 주택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민간 공급에 의존해야 하는 물량들의 공급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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