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건설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용위험평가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건설업계에 강력한 구조조정 태풍이 몰려오는 것이 아니냐 하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용위험평가에서는 건설업계의 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분양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상환 문제로 재무위험도가 높은 업체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건설사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31일 금융기관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은 지난 4월 신용등급이 A·B등급이면서 금융사 여신이 500억원 이상, 해당 은행여신이 5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한 기본평가를 끝내고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들을 골라냈다.
5월부터는 경영에 문제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세부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결과는 6월 말 확정될 예정으로 이후 기업의 부실 정도에 따라 등급을 A(정상), B(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C(기업개선작업), D(법정관리)로 나누게 된다.
여기서 C·D등급 이하로 분류되는 건설사는 뼈를 깎는 회생의 길을 걸어야 된다. 거의 모든 금융 거래가 정지되고 빚을 갚기 위해 인력을 대규모로 줄여야 한다. 알짜 자산을 헐값에 넘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시장에서는 보증기관이나 신용평가회사로부터 부도기업이나 마찬가지의 대우를 받게 돼 새로운 사업 추진이 매우 어려워진다.
지난해 C등급을 받고 워크아웃 중인 한 건설사 임원은 “대주단에서 파견한 실사단이 회사에 머무르며 경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며 “워크아웃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금융권의 신용위험평가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전 업종에 대해서 매년 실시되는 것이다. 하지만 특히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부실 정도가 다른 산업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한건설협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의 부채비율은 제조업보다 2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임경묵 연구원은 최근 한 보고서를 통해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건설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1990년대 10%에서 2007년 이후 25%로 늘어날 정도로 방만하게 집행됐다"며 "금융권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 의지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수 차례에 걸쳐 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더 이상 건설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미루다가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건설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주택 경기가 좋을 때는 정부가 택지개발에 앞장섰고 금융권에서도 돈을 싸가지고 건설사를 찾아 다니며 사업 확장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자꾸 건설사의 '도덕적 해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기업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물론 부실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은 이뤄져야 하지만 다른 산업과의 연관성이 큰 만큼, 최대한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xixilife@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