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공직선거법에 대한 논란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두고, 이에 근거로 제정된 법이 오히려 공정 선거를 방해한다는 논란에 휩쌓인 것이다.
지난달 19일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과 대한하천학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4대강 사업 비판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두 단체는 지난 4월 인터넷 사이트에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내용의 만화를 올렸고, 이에 대해 선관위가 공직선거법 93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게시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해당 인터넷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 바 있다.
두 단체는 선관위의 조치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국민의 참정권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관위는 현재 인쇄물이나 시설물, 현수막 등 게시물, 트위터를 통한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 표명이나 서명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유부초밥과 김밥 논란도 있었다.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의원 선거에 출마를 준비 중이었던 김혜연(34) 진보신당 예비후보측은 사무실 개소식에 유부초밥을 준비했다가 선관위로부터 김밥으로 바꾸라는 요구를 받았다.
공직선거법 제112조에서 '선거사무소 방문자에게 다과·떡·김밥·음료(주류는 제외) 등 다과류의 음식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김밥은 가능하지만 유부초밥은 다과류가 아닌 음식물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선관위의 요청에 김 예비후보측은 "유부초밥에 김을 뿌리든지 김을 싸려고 했다"고 비아냥거렸다.
단속 대상인 이른바 '선거 쟁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임재봉 서강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선거쟁점은 법률용어도 아니고단지 선관위가 만들어낸 용어" "이 용어를 통해 관련 캠페인을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88조를 근거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의 경기도 기초단체장 후보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한 결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88조는 '후보자 선거사무장 선거연락소장 선거사무원 회계책임자 연설원 대담·토론자는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를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선관위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지사 후보의 민주당 지원을 금지한 것은 입법취지나 헌법원칙, 과거 유사 사례 등에 비춰 매우 부당하므로 즉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거연대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후보자간 사전담합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004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에 대해 '정당간 정책연합이나 선거공조의 경우 선거공조기구를 둘 수 있고, 당원들은 당적을 가지고 선거공조기구에 참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우리나라에 공직선거법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UN에서도 제기하기도 했다.
프랑크 라 뤼 'UN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직선거법의 개정을 요청했다.
라 뤼 보고관은 "선거기간은 정치에 관한 토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 기간"이라며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등 선거 의제에 대해 어떠한 선전이나 집회도 못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관위의 제재를 중단하고 공직선거법의 관련조항을 삭제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라 뤼 보고관은 "인권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뛰어넘는 모든 개인의 공통된 열망"이라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상당부분 제약하는 것은 맞다. 앞으로는 사전 선거운동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는 부분도 일정부분 허용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행법상 어쩔 수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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