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박사의 미래탐험]생명 합성 기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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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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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아직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불가침의 성역이 있다면 '생명'이다. 식물의 엽록소는 태양빛을 흡수하여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탄수화물을 만들어 낸다. 이 광합성은 빛 에너지를 화합물의 화학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과정으로 이산화탄소를 탄수화물과 다른 유기물로 고정시킨다. 엽록소는 이와 같이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는 생명체 공장이라 할 수 있다.

또 Methanococcus jannaschii란 세균은 바닷 속 2600미터, 200기압, 85℃의 고온에서 사는 미생물인데 수소를 이용하여 이산화탄소로 부터 메탄을 만들어 에너지를 스스로 취한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나름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 특성은 생명체의 기본요소인 DNA에 의해 결정된다.

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s)(이중 사슬 DNA를 특정 부위에서 절단하는 효소)를 발견한 아버, 네탄, 스미스에게 주어졌다. 이들이 발견한 제한효소란 실제로 DNA를 삼켜버리는 작용을 한다. 즉, 어느 한 세포내에 다른 염색체를 넣어줄 때 이 제한효소를 함께 넣어주면 세포내에 있던 기존의 염색체를 이물질로 여겨 삼켜버리기 때문에 세포가 새로운 염색체로 치환되어 전혀 새로운 세포로 탄생하게 된다.

이 제한효소의 발견은 생명과학을 기존의 DNA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해석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전자 배열을 만들고 평가할 수 있는 생명합성의 길이 있음을 알려 줬다. 즉, 생명과학이 발견의 영역에서 창조의 영역으로 차원을 달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이로서 생명합성기술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생명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생명의 가장 기본 요소인 유전자를 분석하고 서열을 해석하는 연구를 해 왔다. 유전자 지도를 디지털화 하고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도록 자그마한 부품이 될 염색체를 합성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만약 인간이 염색체를 합성할 수 있다면 전자제품과 같이 염색체를 조립하여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생명체를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염색체란 일종의 불활성 화학물질이다. 화학적으로 이 거대한 염색체 분자를 만들고 활성화 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생명을 디지털화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지만 실제로 DNA를 합성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간게놈지도를 완성한 유전학자로 널리 알려진 크레이그 벤터(Claig Venter) 박사는 생명을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해 온 선구자다. 그가 최근 '사이언스(Science)' 인터넷판(5월 20일, 인쇄본은 6월29일자)에 인류 최초로 유전자 조작만으로 인공세포를 창조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미코플라스마 미코이데스’ 박테리아의 염색체 하나를 아주 간단한 구조를 지닌 ‘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 박테리아에 주입시킨 결과 후자가 전자와 똑같은 모양과 활동을 보이는 걸 확인했다. ‘미코플라스마 카프리콜룸’은 염소의 유방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로 다른 복잡한 생명체와는 달리 세포핵이 없다고 밝히고 세포벽 등 외부의 DNA가 들어오지 못하게 온갖 방어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는 복잡한 생명체는 이와 같은 복제가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한 박테리아의 유전구조를 다른 박테리아의 DNA로 대체시켜서 한 생명체를 다른 생명체로 전환시킨 것으로, 세상에 없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생명체 합성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벤터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벤터 박사팀의 연구 성과가 갖는 의미는 인간이 염색체를 설계하여 만들 수만 있다면 이를 세포에 이식하여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생명체로 만들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벤터 박사의 연구성과가 생명체의 기형화로 이어질까 우려를 품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면 생명합성 기술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만약 이 생명합성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해 유전자의 기능을 추출하고 특성별로 분류하고 표준화한다면 세포합성을 통해 바이오연료, 바이오센서, 바이오약품, 바이오재료, 그리고 바이오기기도 만들 수 있게 된다.

베터 박사는 생명합성기술의 미래는 새로운 에너지와 식량 문제 해결에 있다고 하며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고 식량이 고갈될 때 합성세포에다 태양광과 이산화탄소를 섞어 넣어주어 다양한 종류의 부탄올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연료를 만들거나 새로운 식량원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릴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지금의 화학제품이 거의 다 생명합성제품으로 대체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호언한다. 언젠가는 이런 생명합성기술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기대한다. (끝)

미래탐험연구소장/공학박사 이준정

2040ironm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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