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트렌드 브리핑]진정한 컨센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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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03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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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마저 필요없는 대세론, 암묵적 합의로 국제회의에서 관례처럼 통용되는 의사 결정 과정을 컨센서스라고 한다. 컨센서스란 그 자체로 권위이며 권력이고 정통한 국제여론으로 여겨져 개별 국가의 민심까지 선도한다.

하지만 오늘날 ‘컨센서스’란 한갓 용어일 뿐 개별 국가는커녕 국제사회 여론을 리드하는 핵심 키워드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언론은 굵직한 논설과 기사에 ‘컨센서스’라는 꼬리표를 붙이기 일쑤지만 그런 행태가 외려 신뢰를 더 엷어지게 하고 있다.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한반도의 국지적 충돌이 예상되는 엄중한 국면에서 ‘G2 컨센서스’라는 신조어를 써가며 미중(美中) 외교 회담에 대해 과도한 기대심리를 조장했다.

'G2 컨센서스'라는 멋진 신조어 뒤에 숨은 언론의 ‘멍청한 속셈’은 ‘기득권자로서 전쟁 리스크를 회피하고픈 이기적인 심리’에 다름 아니다. 아니라면 최소한 어리석은 신조어 남용(濫用)이다.

누군들 사태가 엄중하게 돌아가기를 원하겠냐만 언론은 노골적으로 과거의 컨센서스가 지속되기를, 이상적인 컨센서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컨센서스란 투표와 달리 오랜 진통과정을 거쳐 생성되는 ‘시간의 예술’인데 어떻게 급박하게 조성된 국면에, 잠깐 만난 당국자들이 밥 한끼 같이 먹지도 못할 시간에 뚝딱 도출하기를 바랄 수 있나?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자원, 화폐 전쟁’을 벌이며 ‘북한’을 군사외교의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고, 북한은 ‘김정일 가짜 설(設)’마저 나도는 오랜 권력 불안정 증세에다 인민 생존의 기반이 파탄난 지경이다. 미국은 디지털 민주주의와 디지털 경제 시스템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신세계질서 구축이 쉽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며 유럽과 일본은 전략을 바꾼 1등 뒤에서 ‘닭 쫒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으로 하릴없이 컹컹거리면서 주인(국민)에게 얻어 터지는 신세다.

북한은 물론 주변 강대국 모두 내 코자 석자인 상황이고 너나없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인 실정이다. 누가 누구를 어르고 달랠 여유가 있겠는가?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과 ‘딥 허깅’(Deep Hugging)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특별히 부각하고 있지만, 미국의 개입이 크게 생색나려면 적어도 국지전까지는 유발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그녀의 참모들도 더러 있을지 모른다. 중국의 북한 어르기도 뭔가 지금보다 사태가 더 꼬이고 꼬여야 빛이 난다고 중국 수뇌부들이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오천년 한반도 침략사의 교훈에다 정치경제학적 글로벌 이재(理財) 감각까지 더해진 그들의 궁꿍이를 누가 알겠는가?

이런 미중 수뇌부들이 만나 이루어진 ‘G2 컨센서스’란 외려 ‘국지전의 적당한 규모와 개입의 적절한 타이밍’일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지만 큰 판을 고려한 나름대로의 냉정한 전략과 중국과 연계된 '곤란한 처지'라는 게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은 물론 강대국들의 형편과 속내 등 큰 판을 읽어 내는 '전략적 통찰'이다. 괴담(怪談)과 소수 의견까지 신경써가며 고작 아무나 되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지방 선거에만 올인할 때가 아니다. 봄철 꽃씨 보푸라기처럼 멋대로 퍼져 사라질 ‘온정론적 컨센서스’에 막연히 기대서도 안된다. 글로벌 큰 판의 전략적 트렌드를 꿰뚫어 방향을 잘 잡고 담대하게 진군(進軍)하는 핵심역량들의 리더십이 더욱 발휘돼야 한다.

‘역사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사실’ 이것이 진정한 컨센서스이며 현실이다.

bkkim@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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