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변심...고질적 지역 구도 완화

(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6ㆍ2 지방선거에서 여야의‘텃밭’이 흔들렸다. 이번 선거는 특정 정당의 독식구조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텃밭 선거보다는 여야의 1대1 구도에 따른 이념대결 성격이 강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지역과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던 호남에서 이 같은 공식이 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으로 한나라당 판이던 지방권력이 교체되는 등 '이변'이 연출된 셈이다. 친노(親盧) 세력의 대약진도 이를 도왔다.

이로써 한국 정치발전의 큰 걸림돌로 작용되는 견고한 지역구도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3일 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색채가 두드러졌던 경남에서 친노로 분류되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야권 단일화를 등에 업고 이명박 정부의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이달곤 후보에 승리했다. 경남도지사 선거전에서 비(非)한나라당 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남에서도 같은 모습이다. 전남, 전북, 광주 등 3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압승을 거뒀지만 강진ㆍ광양ㆍ순천ㆍ신안ㆍ여수ㆍ화순 등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이들 지역을 볼모지로 여겨왔던 한나라당은 목표했던 두 자릿수 득표율을 보이며 선전했다는 평가다. 정용화 광주시장 후보와 김대식 전남지사 후보가 각각 14%대, 13%대를 기록했다.

강원도지사 전(戰)에서는 사상 처음 민주당 도지사가 탄생했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다. 보수성향이 짙은 강원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이 당선자 역시 민노당 등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예측을 벗어나며 한나라당의 참패, 민주당의 승리로 평가된 이번 선거는 야당이 내건 현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선거 막바지에 이르면서 북풍에 대한 역풍이 분 것 또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유권자들은 반색했다.

지하철5호선 서대문역에서 만난 주부 한명주(30, 여)씨는 "성숙한 유권자들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당을 보고 단체장을 뽑진 않는 것 같다. 희망이 보인다"며 "이제는 지역에 실질적인 이득이 될 수 있는 후보자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 동구에 사는 이정훈(31, 남)씨는 "일부이긴 하지만 한나라당 출신이 늘 독식해왔던 영남에서 이례적인 당선사례가 생겨 반갑다"며 "정치적 성공사례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희대 김민전 정치학과 교수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텃밭선거는 한국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서구식 이념대립구도인 보수 대 진보 정당 체제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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