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1, 2월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인력들이 노동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일시적으로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작년 연말 종료된 공공부문 일자리사업에서 방출된 인력을 흡수할 곳이 없어 1, 2월 실업자가 급증했다고 주장하지만 자료를 살펴보면 1월 실업자 증가분 36만8천 명 중에서 2009년 12월 공공부문에서 실직한 실업자는 8만6천에 불과했다. 따라서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개시한 결과, 실업자가 급증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고용회복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여 지난 3월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26만7천 명 증가하였으며 4월에는 그 증가세가 확대되어 40만1천 명이나 증가하였다. 불과 1년 전인 2009년 4월에 18만7천 명 감소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회복세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계절적 변동이 심한 농업부문이나 정부 일자리사업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제외한 비농업․민간부문 취업자가 3월에 38만 명, 4월엔 43만 명 증가하였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지난 5월 31일 발표된 OECD 보고서는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보고서에 의하면 2010~2011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4.0%로 조사대상 30개국 중에서 제일 높지만 2012년 이후 급락하여 2012~2025년 사이 평균 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0.8%를 기록하던 잠재고용성장률도 2012~2025년 사이 -0.4%로 추락하여 취업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30년, 40년 후에는 우리 경제가 성장을 완전히 멈추는 암울한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의 급락이 예상되는 이유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15~64세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010년 현재 약 3560만 명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2025년에는 현재보다 200만 명 이상 감소한 3350만 명에 그칠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제활동인구 역시 현재 약 2440만 명 수준에서 머지않아 성장을 멈추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현 수준에 머무는 이상 2050년에는 지금보다 무려 470만 명이나 줄어든 1970만 명을 기록할 전망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 추락이 예상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잠재성장률 저하는 막기 위해 노동력 공급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물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여 노동력 감소에 의한 잠재성장률 저하를 막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지금 당장 결실을 맺더라도 생산가능인구 증가로 이어지려면 15~20년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보다 많은 여성과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불러낸다면 1~2년 사이라도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이 2050년 OECD 회원국 중 노령인구 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 여성의 고용기회를 더욱 늘리는 정책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 임금근로자 1인당 출생아 수는 1.75명이지만 자영업자는 2.13명이고 무급가족종사자는 2.30명에 달한다. 즉, 근무시간의 유연성이 부족해서 온종일 근무해야 하는 임금근로자의 경우 경제활동을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근로자 중 주당 40시간 이상 장시간 근무하는 사람의 비중은 약 75%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여성이 경제활동을 위해 주당 40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경제활동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근로시간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많은 여성 인력들이 경제활동을 포기하거나 혹은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고용계약을 도입하고 양질의 단시간근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거나 탄력적인 근무시간을 도입하는 식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구해서 보다 많은 인력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정책은 가사 및 자녀교육 등으로 인해 시간제약이 많은 여성이나 육체적으로 장시간 근로가 어려운 고령층의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만들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자면 2008년 현재 54.7%에 머물러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OECD 평균인 61.6%로 끌어 올리면 인구증가 없이도 약 120만 명에 가까운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50세 이상 장년 및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점진적으로 향상되어 OECD 최고 수준에 이른다면 무려 250만 명에 달하는 노동력 감소를 방지할 수 있다.
경제위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고용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저출산 및 고령화에 의한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기변동과는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제는 경제위기를 뛰어 넘어 우리 경제의 사활이 걸린 잠재성장률 하락 방지에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변 양 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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