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금값 '조정' 오나…3주래 최대폭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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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6-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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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공공행진하던 국제 금값이 9일(현지시간) 3주만에 최대폭 떨어졌다. 글로벌 증시의 반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경계 발언과 오랜 상승세에 따른 피로감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됐다. 향후 금값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시장에서는 조만간 금값이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금값, 3주래 최대폭 급락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15.70달러(1.3%) 내린 1229.9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한때 1223.10달러로 추락, 낙폭을 2.5%까지 확대했다.

전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금값이 3주래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한 것은 글로벌 증시의 반등에 힘입은 바 크다. 미국 뉴욕증시는 이날 하락했지만 유럽 주요증시는 5월 중국의 수출실적이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에 나흘만에 급등세로 방향을 틀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역내 재정불량국을 구제하기 위해 4400억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메커니즘에 합의한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1년간 금값 추이(온스당 달러·출처:CNN머니)

버냉키 의장이 이날 미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성장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렸다. 그는 "금값 상승세는 인플레이션 우려와는 상관이 없다"며 "최근 원유, 식품 등 다른 상품 가격이 모두 떨어지고 있는데 금값만 유독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고공행진에 따른 피로와 전날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데 따른 매도세 역시 금값을 끌어내리는 데 힘을 실었다. 금값은 올해만 12%, 최근 1년간 29% 올랐고 1920년 이후 처음으로 10년 연속 상승세를 유지하며 315%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올해 16% 추락했다.

레오나르드 캐플란 프로스팩터어셋매니지먼트 사장은 "금값 상승세가 이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금값이 얼마나 하락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값 급격한 조정 온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금값이 상당한 조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름이 금 비수기인 데다 경제여건이 나아지면서 안정을 되찾은 다른 자산시장이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프랭크 맥기 인테그레이티드브로커리지서비스 수석 딜러는 "공포로 인한 투자 수요는 이제 시장을 떠나고 있다"며 "경제가 제 궤도에 들어서면서 당황했던 투자자들이 금을 털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금값이 조만간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RBS는 특히 "여름에는 보석류 수요가 크게 줄어든다"며 "시장에서는 이제 최근의 금값 상승세를 지탱해 줄 수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유력 투자정보지 '가트먼레터'를 설립한 데니스 가트먼도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금 투자자들에게 "비상구로 돌진하라"며 "금값은 이제 하락할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금값이 이번주 온스당 1200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바클레이스웰스는 금값이 2012년까지 온스당 8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고 소시에테제네랄은 온스당 800달러시대가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과잉공급에 따른 압박을 금값 하락 전망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 공급된 금은 한 해 전보다 7% 늘어난 2572t에 달했다. 연간 공급량으로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

금 거래업체인 키트코(Kitco)는 중국과 러시아의 금 생산량이 2014년까지 매년 4~6% 늘어날 것이라며 금값이 내년에 온스당 900달러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닷컴버블…주택버블…골드버블?(출처:WSJ)
◇"'골드버블', 닷컴ㆍ주택버블과 닮은 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금값 상승세가 과거 닷컴버블과 주택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때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WSJ가 1990년 이후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지수와 1995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주택업종지수, 2001년 이후 금값 추이를 비교한 결과 최근 금값의 움직임은 닷컴버블과 주택버블이 터지기 직전 관련 지수와 들어맞았다.

WSJ는 또 과거 두 차례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처럼 금 선물시장에서도 최근 '스마트머니'가 빠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수익 단기차익을 노리는 스마트머니는 버블이 극에 달했을 때 기승을 부리게 마련인 만큼 스마트머니의 이탈은 금값 상승세가 이미 저물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것.

일각에서는 금값 급등세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금값이 상승 반전하기 시작했을 때의 가격 수준이 워낙 낮았다는 것이다. 금값은 1980~90년대 줄곧 하락하다 2000~2001년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당시 가격은 온스당 250달러에 불과했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소비자 물가나 다른 자산과 달리 가치가 바닥에 떨어졌던 금이 이제 막 장기적인 평균 가격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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