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2010년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최소한 상반기보다는 좋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제성장률에서 올 1분기 우리나라는 전년동기대비 7.8%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이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확연한 회복세를 보여 민간소비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6.2%, 설비투자의 경우 28.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수출은 통관기준으로 전년동월대비 41.9% 증가한 394억9000만 달러, 수입은 50.0% 증가한 351억2000만 달러를 기록해 무역수지는 43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2개월 연속 40억 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4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도 이런 경기호조가 지속돼 올해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이런 정부의 기대가 어려움 없이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하반기에는 그 동안 우리나라 경제회복을 사실상 이끌어왔던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재정지출을 확대할 돈이 없는 것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에 27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재정집행 관리대상 사업비 중 60% 정도를 집행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앞으로 재정정책 기조를 재정 건전성 강화로 전환할 방침이라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2010년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개최해 재정 건전성을 조기에 회복하기로 하고 △재정지출 효율성 제고 △비과세·감면 대폭 정비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감세·재정지출 확대’라는 기존의 정부 정책 기조는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도 곳곳에 암초가 널려있다.
제일 큰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우선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은 우리나라의 대유럽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하나같이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면 EU 지역의 총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 우리나라의 EU로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EU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중국 다음으로 높은 12.8%였다. 수출액은 445억7100만 달러.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도 올 하반기 우라나라 수출에 있어 큰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높고 막대한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와 높은 국내저축률을 나타내는 중국경제에 있어 통화가치 상승은 수출 부문의 경기를 둔화시키고 소득을 줄어들게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따라서 위안화 절상이 중국의 소득을 감소시켜 우리의 대중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통화의 가치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위안화가 10% 정도 절상되면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약 33억 달러 정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23.9%라는 제일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출액은 830억3700만 달러.
이 외에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도 하반기 경제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개최된 월례 금융통회위원회 회의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하반기에 물가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물가 안정의 기조 위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하반기에는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도 없고 유럽의 재정위기 확대와 중국의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수출도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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