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골목 경제학/ 중원룽/ 이순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경제와 상관없는 삶이 있을까? 우리는 죽기 전까지 어떤 의미에서든 경제와와 연결된 끈을 놓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건조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된다. 과거에는 딱딱한 데이터와 도표가 없으면 경제학을 논할 수 없다는 게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데이터와 도표를 빼면 경제학은 어떤 모습일까? 경제학은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응용될까? 사실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일상생활은 경제의 범주에 들어간다. 경제생활은 집 안이나 집 밖에서나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골목 경제학'은 우리들이 늘 마주치는 골목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경제학과 연관 지어 풀어내고 있다. 골목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장소기 때문이다. 즉, 이 책은 평범한 일상과 경제 이론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랑'도 경제학으로 표현될 수 있다. 사랑은 '상호 의존적인 효용함수'로 정의된다.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상호 의존적인 효용함수를 만들어 나가기 때문이다. 상호 의존적인 효용함수는 한쪽의 효용함수가 다른 한쪽 목표함수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마셜 제번스(Marshall Jevons)가 쓴 '수요공급 살인 사건(Murder of the Margin)'에서 주인공 헨리 스피어맨은 부인 페기에게 "당신이 있기에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있기에 당신이 행복하다"라는 얘기를 건넨다. 이러한 감정은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인연 혹은 운명적 사랑이라 느끼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것이 '상호 의존적인 효용함수'다.
사랑에는 시장이 있을까? 경제학자는 거래와 교환이 있으니 가격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또 거래가 있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랑은 본래부터 공급과 수요에 의해 형성된 거래다. 누군가 사랑을 생산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랑을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사랑은 거래와 시장을 수반한다. 수요와 공급이 형성되면 분명히 사랑이라는 거래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사랑의 균형가격은 얼마일까? 수요와 공급을 분석할 때 공급 곡선과 수요 곡선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균형가격과 균형 수량이 나온다. 물론 균형 가격이 매우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이 균형가격이 사랑으로 얻는 소득이 아니라 사랑을 위해 바친 대가라는 것이다. 경제적인 사랑을 하려면 이상적인 상대를 찾아 서로의 효용 수준을 극대화하면 된다.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타이완 경제학자 중원룽은 이처럼 일상과 경제를 재미있게 엮는다. 예컨대 잔디밭이 오솔길로 변하는 이유를 도덕비용과 한계비용을 통해 설명한다. 잔디밭을 짓밟는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면 도덕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잔디밭에 끼친 영향이 적다면, 한계비용이 작아지며 도덕비용도 0이 된다. 그러므로 잔디밭은 사람들에 의해 계속 밟혀지고 외부효과까지 더해져 오솔길이 된다.
그 밖에 △택시 요금의 경제학 △커피 한 잔의 가격 △시간도 원가가 있을까 △홈쇼핑의 베일 등 일상생활의 경제를 다양하게 설명한다.
seve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