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하다 다시 둔화하는 더블딥 우려 여파가 불어 닥친 국내 증시에 연기금 매수가 ‘방어 장치’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매수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42포인트 내린 1671.82을 기록했다. 4거래일 연속 9%이상 하락이다.
더블딥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거래소에서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1.49포인트 하락한 9732.53을 기록했다. 같은 날 영국지수도 111.12포인트, 일본 니케이지수도 191.04 포인트 떨어지는 등 세계 증시가 요동쳤다.
세계 증시의 큰 폭 하락에도 국내 증시는 12.05포인트, 소폭 하락하며 해외 악재 방어 능력을 선보였다.
이번 조정은 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우려했던 세계 경기 둔화세가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를 통해 하나둘씩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날 발표된 중국 구매관리자지수(PMI) 하향 수정은 아시아 경기회복 개선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는 단기적으로 국내증시에 외국인 매수세 둔화와 상승세 제한을 지속하게 할 것”이라며 “코스피가 1700선을 회복하면서 급격히 증가된 국내 주식형펀드 자금 이탈로 투신권의 매수여력 감소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달 내내 유지되던 양호한 베이시스도 최근 점차 악화되면서 프로그램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매수기조를 이어가는 주체는 연기금이다. 연기금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총 1조 76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1700선 뒤로 밀렸던 지난달 30일과 1일에 1000억원이상 순매수하며 투자심리 위축을 제한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도 글로벌 악재를 피해갈 수 없지만, 연기금의 매수세가 지수를 지지하고 있다"며 "연기금이 내년에도 7조원 수준의 국내 주식투자를 계획하는 등 투자자들이 저가매수를 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판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보건복지부가 심의 의결한 ‘2011년도 국민연금 기금 운용 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 16.6%에서 내년에는 18.0%로 늘리고 채권투자 비중은 71.9%에서 67.6%로 낮추기로 했다. 투자 다변화를 꾀하고 주식 비중을 늘려 전체 금융자산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치환 연구원은 “지난 4월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비중은 13.3%”라며 “현재 국내 주식비중이 투자허용범위 하단에 가까운 만큼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 확대 움직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 연구원은 “과거 금리가 하락하던 시기에 연기금 매수세가 두드려졌다는 점을 보더라도 최근의 저금리 환경에서 연기금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를 모두 국민연금의 순매수로 간주한다면 지난달 29일 국민연금의 국내 직간접 주식투자 금액은 40조7000억 원으로 전체 투자액 중 국내 주식 투자비중은 13.83%로 추정된다”며 “올해 국민연금 국내주식 목표비중(16.6%)을 감안하면 약 9조4000억 원의 매수 여력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내년 목표비중(18%)을 감안하면 내년 한 해 동안에만 국내 주식투자 금액이 약 10조3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외국인이 주춤하고 투신권은 주식형펀드 환매로 매수 여력이 낮아진 현 시점에서는 연기금의 순매수가 지속되는 종목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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