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쇠고기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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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0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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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한국과 미국이 한·미 FTA 실무협의를 갖기로 함에 따라 이 실무협의의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추가로 더 내줘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있을 한·미 FTA 실무협의에서 미국의 자동차와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 요구에 잘 대응해 미국에 추가로 무엇을 내주는 것을 막는 데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미 FTA에는 자동차와 쇠고기 외에도 우리들 각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독소조항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는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란 것이 규정돼 있다.

이것은 투자유치국의 부당한 차별 조치로 외국인 투자자의 정당한 투자 이익이 침해됐을 때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와 국제중재 절차를 개시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법원 판결보다 국제중재기구의 판결이 우선시돼 국제중재기구가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키는 ‘황당한’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한 마디로 주권의 심대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민의 건강권보다 외국 투자자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캐나다 정부는 배출제어장치에 손상을 주고 배출량을 늘려 환경오염을 가중시킨다는 것과 인체에 심각하게 유해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 가솔린 첨가제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의회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미국의 해당 가솔린 첨가제 제조사는 “캐나다 정부가 확실한 근거도 없이 MMT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 자사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에 제소해 130여억 원의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받아냈다.

그리고 캐나다 의회는 제정한 법마저 폐기해야 했다.

국제중재기구의 판결이 자국의 환경과 자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행사된 한 주권국가의 입법권마저 무력화시키며 외국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한 것이다.

또한 한·미 FTA에는 복제약 시판허가·특허연계 조항도 있다. 복제약 시판허가·특허연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복제약에 대한 시판 허가를 내릴 때 특허 침해 여부도 함께 판단해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항이 시행되면 복제약 시판은 최소한 2년 가까이 늦어질 것으로 추산돼 난치병 환자들의 생명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있을 한·미 FTA 실무협의에서 추가적인 양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만 급급해선 안 된다.

이번 기회에 한·미 FTA 자체에 대한 보다 전면적이고 면밀한 검토도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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