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앞으로 있을 한·미 FTA 실무협의에서 자동차와 쇠고기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모호한 수입위생조건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해야 할 상황에 놓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에서는 부칙에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을 수 있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그 조항이 너무 자의적이라 앞으로 있을 한·미 FTA 실무협의에서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하는 미국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행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 부칙 제7조는 “우리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미 농업부의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검증된 작업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만 반입이 허용된다”며 “이 경과조치 기간 동안 30개월 이상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가 발견될 경우, 해당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을 반송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그나마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막고 있지만 이 조항대로라면 한국의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면 우리나라는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합의된 기준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됐는지 여부를 판단할 한·미 간 합의된 기준이나 방법은 없다”며 “이에 따라 양국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국은 수입위생조건 조항을 들어 수입 연령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미국 상원은 최근 한국, 일본, 중국 등에 모든 연령대의 미국산 쇠고기 및 부산물을 제한없이 수입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에서 미국 상원은 한국에 대해 “한국은 (지난 2008년 6월에) 30개월 미만 쇠고기 및 부산물의 시장을 개방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연령대 미국산 쇠고기 및 부산물의 시장개방을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개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아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됐는지 여부는 우리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 FTA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별개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수입위생조건 개정 없이는 한·미 FTA와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행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은 지난 2008년 6월 26일 개정 고시돼 현재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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