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강남여성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성영모
얼마 전 한 중년 여성이 병원을 찾아왔다.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고 가정도 평화로워서 별 다른 스트레스 요인도 없는데 밤에 잠도 잘 오지 않고 식욕도 떨어졌다고 했다. 게다가 언젠가부터 이유없이 신경이 예민해져서 별 것 아닌 일로 가족들에게 소리지르고 짜증을 부리는 자신의 모습에 가족들보다도 본인이 더 놀랐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의 권유로 병원을 찾게 된 이 여성은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로 진단되었다.
갱년기란 여성의 생식기능이 소실되는 징후로 나타나는 폐경 전후의 시기를 말한다. 평균적으로 50세 전후에 찾아오며, 폐경과 함께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증세를 보이는데 이를 ‘갱년기 장애’라 칭한다. 육체적인 증상으로는 얼굴로 열이 올라와 붉어지거나, 신체적 작열감, 수족의 냉증, 머리가 무겁고 두통·어지럼증·귀울림·심박동의 항진, 돌발적인 발한, 혈압의 변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신진대사 장애증상으로 하복부나 둔부에 지방이 축적되어 중년비만이 되기 쉬우며, 성욕이 감퇴되고 질 분비가 원활하지 않아 성생활에 흥미를 잃거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정신적인 증상으로는 신경과민이 되어 흥분하기 쉽고 때로는 우울해지거나 허탈감, 불안감, 불면증, 기억력이 감퇴되고 주의력이 산만해진다. 또 감정기복이 심해지므로 공포심이나 질투심이 강해져서 가족들에게 순간적으로 화를 내거나 심술을 부리는 일이 많다.
갱년기 장애는 수많은 증상을 보일 뿐 아니라 그 강도 역시 개인의 성격이나 주위 환경에 따라 가볍게 또는 심하게 겪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약 75%의 여성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며, 그 중 20% 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고 한다.
이러한 갱년기 장애는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처방 받은 호르몬제 복용을 통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갱년기 장애를 이겨낼 수 있는 가장 큰 치료제는 바로 심리적인 안정이다. 자신의 생리적인 변화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가장 필요하며,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와 노력이 함께 한다면 갱년기 장애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호르몬 균형을 돕고 면역력을 늘려주는 것도 좋은 갱년기 예방법이자 관리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