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에스닉 소비자(ethnic consumer)를 주목하라."
닐 골든 맥도날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외식업계의 침체 속에서 맥도날드가 돋보이는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소수 인종이나 민족(에스닉)에 집중한 마케팅전략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음반업계가 백인들에게 흑인음악을 전파하며 승승장구해 온 것처럼 흑인은 물론 히스패닉과 아시아인들의 특성을 반영한 메뉴와 광고가 주류시장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주류 트렌드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비주류"라고 단언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12일자 최신호에서 맥도날드의 '에스닉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맥도날드 1년간 주가 추이(달러·출처:CNN머니) |
골든은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는 에스닉 소비자들이 사실은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주류로 취급 받았던 힙합이나 록음악이 대중음악의 핵심 장르로 입지를 굳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어날 수 있었던 것도 저가메뉴보다는 에스닉 소비자를 위해 새로 개발한 메뉴가 선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에스닉시장의 잠재력을 간파한 맥도날드는 지난 30여년간 경쟁사들과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해왔다. 대개의 기업들이 주류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비주류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데 반해 맞춤형 메뉴와 광고로 에스닉 소비자를 집중 공략한 것이다.
골든은 1990년대 미국 서부시장에서 에스닉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이 주류사회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멕시코식으로 만든 점심세트 '피에스타메뉴'가 예상 외로 선전한 것이다. 피에스타는 특히 백인 인구 비중이 90%가 넘는 지역에서도 상당한 매출을 기록했다.
피에스타의 성공에 고무된 골든은 에스닉 마케팅 대상 지역을 뉴욕 등지로 확대했고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인을 잇따라 광고에 등장시켰다. 그러다 최근에는 아예 마케팅 초점을 에스닉 소비자에 맞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AG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맥도날드가 내보낸 TV 광고 10개 중 5개에는 흑인만 등장했을 정도다.
컨설팅업체 트랜슬레이션은 맥도날드가 미국에서 일반 마케팅보다 흑인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골든은 "에스닉 소비자의 영향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미국의 인구구조 변화도 반영됐다. 미국 센서스국 전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50년 쯤 백인이 소수인종으로 밀려나게 된다. 미국에서 가장 면적이 큰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의 경우 이미 전체 인구 가운데 비히스패닉계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흑인과 아시아계 인구 비중 역시 급격히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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