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부동산 시장 억제 정책이 점차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가격 증가세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 부동산 규제 정책이 느슨해질 것이라는 신호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증시는 12일 부동산 개발주를 중심으로 반짝 상승했다. 중국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3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부동산 규제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70개 도시 집값 0.1% ↓
지난 6월 상하이 등 중국 주요 70개 도시 평균 집값이 두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상승폭은 2개월째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2일 <2010년 상반기 전국 부동산시장 통계수치>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70개 주요도시 부동산 가격이 전년 동기대비 11.4% 올랐지만 상승폭은 5월에 이어 두달 째 연속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월 달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은 5월에 비해서 0.1% 하락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부동산 서비스회사인 이하우스차이나의 양홍쉬 애널리스트는 “중국 전체 부동산 시장의 터닝포인트”라고 평가하면서 “적어도 올해 말 혹은 내년 초까지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중국 대다수 도시의 집값이 10%~20% 떨어질 것이며, 작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던 베이징·상하이·선전의 경우 하락폭은 20%~3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 규제완화 기대심리 ↑
지난 상반기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유사 이래 가장 혹독한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선불 계약금 인상 등의 조치를 단행한데 이어 3주택 구매자의 대출을 금지시키고,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는 등 잇따라 규제카드를 꺼내 들었다.
덕분에 중국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5일 발표되는 6월 달 경제지표가 중국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3주택 구매자 대출 규제가 전격 풀릴 것이라는 소문이 12일 시장에 퍼지면서 상하이 종합지수는 부동산 개발주를 중심으로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1,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폴리 부동산(保利)과 차이나 반케(萬科)는 각각 3.5%, 5.66%씩 급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CBRC) 대변인은 중국 정부의 부동산규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시중은행이 관련 규제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 상하이·난징·항저우 등 대도시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조건을 대폭 강화해 3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을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3일 초상은행(招商銀行) 상하이 지점이 선불계약금 55%, 지준율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대출금리를 조건으로 3주택 구매자에게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상하이 시내 푸둥개발은행·공상은행·건설은행 등에서도 조건을 대폭 강화해 3주택 구매자에 대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부동산 규제고삐 풀까 말까
중국 정부의 향후 부동산규제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상하이에 소재한 모 펀드운용사는 “당분간은 정책효과의 관망기가 될 것”이라며 “더 혹독한 규제정책은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6월 경제지표가 어둡게 나타난다 하더라도 단기간 내 경제부양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쉬리룽(徐荔蓉)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 총 책임자는 “규제정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세 관련 조치는 내놓지 않을 것이며, 설령 내놓는다 하더라도 강도는 우려할 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친훙(秦虹) 중국 주택건설부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정부가 부동산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라면서 “적당한 시기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거주용 주택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업용 부동산에는 가치의 70~90%에 대해 1.2%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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