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 중심지 월가에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과도한 모험과 경쟁을 추구하는 남성성이 금융위기를 조장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금융권 내 여성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CNN머니는 최근 월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금융계 여성 리더 10명을 꼽았다.
◇월가 '방종' 꼼짝마
월가는 최근 두명의 금융규제기관 여성 수장 눈치를 보고 있다. 쉴라 베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의장과 매리 샤피로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주인공이다.
베어 의장은 신용시장 붕괴에 따른 문제점들을 정확히 진단한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최근 금융개혁법안이 입법화되면서 그는 금융시장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통치자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샤피로 위원장은 금융감독 부문에서 20년간 쌓은 노하우를 인정받아 SEC 설립 74년만에 첫 여성 위원장이 됐다. 그는 월가의 방종으로 인한 위기의 재발을 막고 향후 실물경제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정책의 얼개를 짜는데 앞장서고 있다.
◇월가에서도 '소비자가 왕'
엘리자베스 워런 미 의회 구제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은 미국의 금융개혁법에 따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산하에 신설되는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초대 국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CFPB는 금융기업들이 금융소외자인 소비자와 중소기업에게 거래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감독하게 되는 데 이 아이디어를 낸 이가 바로 그다. CFPB는 각 정부 기관에 산재해 있던 금융 관련 소비자보호 기능을 통합한 기구로 금융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전망이다.
◇여성 '금융문맹' 퇴치
뮤리엘 시버트는 '금융계의 첫 여성'으로 유명하다. 1967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여성 최초의 트레이더로 자리를 꿰찼고 1977년에는 뉴욕 주정부 최초의 은행부문 관리자가 됐다. 지금은 뉴욕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영하는 주식중개업체 뮤리엘시버트앤드코를 이끌고 있다.
그는 여성들의 금융투자를 돕고 금융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위민스파이낸셜네트워크를 설립하기도 했으며 여성들의 '금융문맹률'을 낮추기 위해 마련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 뉴욕시 고등학교에서 선택과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이여, 깨어나라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으로 잘 알려진 마리아 슈라이버는 미국에서 경제주체로서 여성의 파워를 강조하고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여성단체인 위민스콘퍼러스를 통해 여성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대에 생존할 수 없다며 여성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슈라이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력의 50%를 차지하는 여성은 소비자 구매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밖에 전미신용상담재단의 수잔 키팅 최고경영자(CEO), 경제전문채널인 CNBC의 '수지오만쇼' 진행자인 수지 오만, ABC방송 '투데이쇼'의 진 체츠키 금융 부문 에디터, 더버짓패션니스타닷컴의 캐틀린 피니 CEO, 쿠폰닷컴의 스테파니 넬슨 CEO 등이 금융계에서 영향력있는 10대 여성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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