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조직이 힘이 없어요. 외부에서는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내부에서는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인사적체는 극심한데 퇴직하고 갈 곳이 없어요. 조직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졌어요"
요즘 '한은맨'들로부터 자주 듣게 되는 푸념이다. 한국은행이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아서일까. 한은 직원들의 한숨이 전보다 더욱 깊어졌다.
한은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은이 설립 이후 국가경제 발전과 물가·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조직 위상이나 처우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비해 대외적 위상이나 힘이 약해 행사에서 찬밥 대우를 받거나, 금융사로부터 자료 하나 받기도 어렵다는 게 한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벌써 1년 가까이 국회에서 논의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업무 및 경제교육 등 업무영역을 아무리 늘려도 티 않나는 일이 대부분이라 조직 발전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이 같은 위상 하락은 임금이 줄거나 퇴직 후 갈 자리가 사라지는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해까지 한은 국실장 이상 임직원 퇴임할 뒤 갈 수 있는 자리는 금융결제원 원장 및 상무, 금융연수원 원장 및 부원장,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서울외국환중개 대표이사 등 6자리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연수원 원장 자리를 아시아개발은행(ADB) 출신의 '범 MB맨' 김윤환 고려대 초빙교수에게 뺏겼다. 그나마 금융연수원 부원장 자리도 조욱현 전 금감원 국장에게 내줬다. 박재환 전 부총재보가 있던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자리는 재정당국 출신인 태응렬 부사장에게 넘겨줬다.
한은 임원 5명이 2자리를 두고, 국실장(해외 지점장 및 지방 본부장 포함) 54명이 1~2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구도다.
임금도 4년째 동결되고 있고 인센티브 역시 못 받은 지 오래다.
이 같은 상황서 지난 4월 이성태 총재가 물러나고 김중수 총재가 한은의 수장을 맡았다.
김 총재는 현재 한은 조직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이 독립성을 인정받다 보니 조직이 쇠퇴했고 변화에 무뎠다는 판단에서다.
기자는 김 총재의 판단을 지지한다. 한은이 금융감독기능을 떼어낸 지 10년. 그동안 한은은 감독기능이 사라진 데 따른 불만만 표출했지, 스스로 변화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은은 조직 특성상 시장으로부터 '매파', '절간' 등의 비판과, 국민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는 곳이다.
때문에 현재 한은이 조직 위상 및 사회적 인식 제고를 노린다면 국민과 시장들에게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친화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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