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20년.."할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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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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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통일 20주년을 맞았다.

크리스티안 불프 독일 대통령은 3일 북부 브레멘에서 열린 공식 기념식에서 공산주의의 족쇄를 벗어던진 사람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시한 뒤 통일 독일이 "속박받지 않는 애국심과 국가에 대한 공개적인 헌신"을 발전시켰다고 평가했다.

불프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한 모든 사람들에게 머리를 숙인다"면서 "당신들의 용기가 세계를 바꿨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통일 이후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할 할이 더 남아 있다면서 특히 최근 논란이 된 이슬람계 주민들의 사회 통합 문제를 거론했다.

불프 대통령은 "통일 20년 후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일부인 독일에서 새로운 연대의 틀을 찾아야 하는 거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면서 "기독교가 독일의 일부이고, 유대교가 독일의 일부인 것처럼 이제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편견과 배타심이 공고해지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된다"면서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계) 주민들도 독일 헌법과 언어를 포함한 생활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6개 주의 순번에 따라 공식 기념 행사가 열린 브레멘 시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나와 20년 전의 환희와 감격을 떠올리며 축제를 벌인다.

브레멘 시는 중심 광장에서 분단과 통일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베를린 장벽 모형을 세웠고 1980년대 팝스타 니나를 비롯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와 행렬, 그리고 폭죽놀이 등을 곁들인 거리 축제를 마련했다.

공식 행사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불프 대통령,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헤르만 반 롬푸이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수도인 베를린에서도 역사적인 제국 의회와 브란덴부르크 관문 등에서 다양한 통일 관련 행사가 열렸다.

메르켈 총리는 주례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20년 전 자유를 향해 싸운 동독인들의 용기, 그리고 서독인들의 지원과 동조에 감사한다면서 "우리가 독일을 신속히 재건하고 세계에서 존경받는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동서독인들의 단합된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구 동독 출신인 그녀는 또 주간지 빌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냥 과학자로 살았을 것"이라면서 구 동독시절 속박이 있었지만 생활이 따분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책을 읽었고 동유럽으로 즐거운 여행도 다녔다"면서 "동독에서의 삶이 어려웠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축하 메시지를 통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려 수십 년 간의 인위적이고, 고통스러운 분단을 종식한 독일인들의 용기와 신념에 찬사를 보낸다"면서 평화스럽게 이룩한 동서독 통일은 '역사적 위업'이라고 평가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통일이 "독일인뿐 아니라 전세계에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1989년 11월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는 역사적 순간을 만끽했던 동서독은 이듬해 8월31일 볼프강 쇼이블레 당시 서독 내무장관(현 재무장관)과 귄터 클라우제 동독 국무장관의 서명으로 통일조약을 체결했고 그 후 5주 만인 10월3일 통일의 대업을 이뤘다.

통일 20주년을 맞아 실시된 공영 ZDF 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84%는 동서독 간의 경제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평가한 반면 잘못된 것이라는 응답은 14%에 불과했다.

한편 전날 대부분 좌파운동가인 약 1천800명의 시위대는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통일 축제에 반대하며 거리행진을 벌였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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