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가 새 최고경영자(CEO)로 독일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레오 아포테커를 선임한 데 대해 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노골적인 반감을 4일 표출했다.
오라클의 창업주이자 CEO인 래리 엘리슨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보낸 이메일에서 오라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사건에 연루된 아포테커를 HP가 CEO로 선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오라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사건은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AP가 2005년에 소프트웨어 회사인 투모로우나우(TomorrowNow)를 인수했는데 이후 이 회사는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여러차례 불법 복제해 물의를 일으켰다.
오라클은 2007년 오클랜드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투모로우나우가 2008년 10월까지 일상적으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했으며 이 사실을 SAP 이사회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2008년 10월은 아포테커가 SAP의 공동 CEO가 된 지 6개월이 된 시점이어서 최고위 관리자인 아포테커가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이 소송의 심리를 앞두고 SAP는 자회인 투모로우나우가 오라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엘리슨 CEO는 "SAP가 장기간에 걸쳐 오라클의 지적 재산권을 훔쳤다는 사실을 이미 공개적으로 실토했고 이에 대한 금전적인 책임도 지겠다고 했는데 당시 고위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아포테커를 CEO로 선임했다면 HP의 방식이란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발언은 HP와 시장에서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오라클이 아포테커의 CEO 선임 소식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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