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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100년 DNA 15·1] 세계로 뻗는 현대기아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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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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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미국 현대차 딜러들을 초청, 지금까지의 성과을 격려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연내 미국 시장에 에쿠스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을 수출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올해 말 미국 시장에 에쿠스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겠다. 이들 차량은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10월 13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미국 딜러 사장단과 조찬간담회를 열고, 이들에 감사를 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차 미국 법인(HMA)는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인 1985년 설립됐다. 정세영 전 회장이 자동차 부문을 맡고 있던 당시 미 3대 방송국에 ‘Cars that make Sense(합리적인 차)’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포니2 등을 수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현대차 미국 법인은 ‘싼 차’를 대량 판매한다는 게 주 목적이었다. 하지만 4반세기가 지난 현재 이 법인은 단순히 판매량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데 이어 대형 프리미엄 세단 에쿠스와 친환경 자동차 쏘나타 하이브리드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물론 이는 판매량을 바탕으로 한다. 26년전 5만대였던 판매량 역시 올해 50만대 돌파가 점쳐지고 있다. 물론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기아차의 올해 판매량은 80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미국 내에서 GM, 도요타, 포드, 혼다, 크라이슬러에 이어 닛산과 6위(판매량 순)를 다투는 실적이다.

특히 현대차는 주력 모델인 중형 세단 쏘나타를 올해 20만대 이상을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 차량은 올 2월 현지에 출시돼 9월까지 14만9123대를 판매, 도요타 캠리.혼다 어코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 미국 법인장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정몽구 회장.

◆해외에 첫 발 딛은 현대차=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내놓게 된 것은 정주영.정세영 형제의 강력한 추진력 아래 1970년대 초 포드와 결별하고 독자 자동차를 개발하면서부터다.

1974년 10월 첫 국내 독자 모델 ‘포니’를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자동차박람회에 내놓은 현대차는 3년 뒤인 1977년 남미 에콰도르에 5대를 첫 수출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듬해 포니는 단일 차종으로 2만5000대를 수출했고, 1980년에는 그 두 배인 5만대를 해외 시장에 팔아치웠다. 1985년 ‘자동차 왕국’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그 이듬해 한 해 동안 포니 17만대를 팔아치우며 미국 소형차 지형을 바꿔놓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첫 수출 당시 포니의 수출 가격은 대당 2000달러 안팎. 일본차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개발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적자를 감수한 해외 판로 개척이었다는 게 당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익을 남겨 수출 시장을 개척한다’는 게 당시 현대차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 현대차는 1980~1990년대를 거쳐 세계 주요 시장에 자동차 수출길을 열었다. 특히 1990년대 말, 정몽구 회장대에 들어 해외 현지 생산과 품질 경영에 박차를 가하며 ‘글로벌 톱5 자동차 브랜드’에 등극한다.

   
 
정몽구 회장이 올 2월 미국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 현지 직원과 악수하고 있는 모습. 정 회장은 지난 8월에도 미국을 방문 현지 시장을 점검한 바 있다.

◆이제는 품질로 승부한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시장에서 품질로 인정받은 건 최근의 일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저렴한 차’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1999년 정몽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자동차 대권을 이어받은 후 미국을 방문했고, 여기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차가 현지 시장에서 ‘고물차’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콜 요청이 쇄도했으며, 미 오락방송에서는 ‘잘못된 선택’을 ‘현대차를 사는 것’과 동격에 놓고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였다.

현대차 미국 딜러들 역시 정 회장에게 “차가 좋지 않아 못 팔겠다. 좋은 차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정몽구는 곧바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당시 현대그룹 내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품질 문제는 한시도 미룰 수 없었다. 특히 정 회장은 애프터서비스(AS) 사업 부문에서부터 경력을 쌓아 왔다. 그는 그만큼 품질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의 권위있는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컨설팅을 의뢰했고, 이에 따른 대응책을 서둘러 내놨다.

정몽구 회장은 먼저 현대기아차 품질본부를 발족시키고, 매달 품질관련 회의를 직접 주도했다. 당시 직원들은 그에게 그룹 회장이라는 직함과 함께 ‘품질본부장’이라는 별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현재 현대기아차 공장의 바탕이 되고 있는 ‘품질패스제’, ‘라인스톱제’는 이 때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정 수준의 품질이 확보되지 않으면 생산 라인을 스톱하고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제도다.

그 성과는 곧 나타났다. 1990년대 말 현대차는 J.D.파워가 매년 내놓는 자동차 업계 평균 초기품질지수(IQS)에서 업계 평균의 69%에 그쳤으나 2000년을 고비로 업계 평균을 상회하기 시작해 2004년 도요타에 이어 전체 2등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즈 등 현지 언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곧 판매량 증대로 이어졌다. 미국 시장의 연 판매대수가 1997년 9만7000대에서 2003년 42만대, 2009년 74만대로 급증했다. 특히 이 해에는 고급 세단 제네시스가 J.D.파워로부터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지난 2년 연속 미국 10대 엔진에 선정된 현대차 타우엔진.
◆현대차 독자 엔진 개발의 역사= 현대차는 1974년 첫 독자 개발 자동차인 포니를 개발했다. 하지만 포니 역시 엔진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부품은 미쓰비시, 포드 등 해외에 의존해야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진정한 독립은 1991년. 현대차가 첫 독자 엔진인 ‘알파’를 개발하면서 부타라고 할 수 있다. 배기량 1500cc에 SOHC 방식을 채용한 이 엔진은 102마력(터보 129마력)의 당시로써는 우수한 출력을 자랑했다.

이 엔진은 1994년 출시한 엑센트에 처음 적용, 이어 아반떼에 적용됐다.

그 이듬해인 1995년 현대차는 중형급(2000cc) 엔진 ‘베타’를 내놨다. 두 번째 독자 엔진이었다. 150마력의 성능을 내는 이 엔진은 아반떼와 투스카니 등에 적용돼 현대차의 기술력을 한층 높였다.

현대차는 이어 800cc 소형 엔진 ‘입실론’, 6기통 2700cc 엔진 ‘델타’, 2700~3500cc의 6기통 엔진 ‘시그마’(1999년)를 연이어 내놨다.

그리고 ‘베타’ 엔진의 성능을 한층 높인 ‘쎄타’ 엔진을 내놓으며 기술력 측면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2000~2400cc 중형급의 이 엔진은 144~163마력의 높은 출력과 함께 연비 향상도 이뤄냈다.

‘쎄타’ 엔진은 2005년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로부터 57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기도 한 첫 수출 엔진이기도 하다.

같은 해 3300~3800cc의 6기통 람다 엔진은 에쿠스에 처음 적용됐다. 또 준중형 모델을 겨냥한 새 4기통 1400~1600cc 엔진 ‘감마’도 개발됐다.

이 같은 노력은 최근 세계 10대 엔진으로 꼽힌 대형 엔진 ‘타우’에서 그 결실을 맺는다. 현대차는 이를 개발하며 알파 엔진을 개발한 이래 17년 만에 풀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현대는 이 엔진에 현재 엔진의 표준이 된 직분사(GDI) 시스템을 적용, 세계적인 자동차 엔진 제조사로도 자리매김, 독일과 일본으로 양분돼 있던 엔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GDI 엔진은 현재 쏘나타.K5 등 현대기아차의 최신 모델에 대부분 장착돼 있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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