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민지 기자) 일본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일본의 북방영토) 방문에 대해 '외교적 신뢰를 깨뜨린 행위'라고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2일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간 나오토 총리는 1일 밤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정부차원에서)검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정치권과 여론의 격앙에 부응할만한 대응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력한 반발의 표시로 주 러시아 일본 대사의 소환이나 일시귀국을 고려할 수 있으나 당장 오는 13∼14일 요코하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실행이 어렵다.
국제 정상회의에 손님으로 오는 국가에 주재하는 대사를 소환하는 것은 행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북방영토' 협상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러시아와 경제협력을 중단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는 실익이 없고 러시아를 자극해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 이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 방문으로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위상과 외교가 위기에 처하면서 일본 여론은 민주당 정권의 외교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러시아 대통령이 구나시리 방문을 강행한 것은 지금까지 양국의 교섭 성과를 무력화시킨 난폭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러시아가 센카쿠 영유권 문제에서 우왕좌왕하는 일본 외교의 '바닥'을 읽고 흔들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사설에서 "민주당 정권 출범이후 후텐마 문제로 미일 동맹에 균열이 생겼고, 최근에는 센카쿠 선박 충돌 사건으로 일중 외교관계가 험악해졌으나 정부는 유효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도 민주당 정권의 외교정책 혼란을 보면서 일본의 북방영토 반환 요구를 견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기축으로 하는 외교태세의 확립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일본의 정권이 54년만에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러시아·중국과의 정보 교류가 두절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러시아의 경우 과거 자민당 정권때는 고(故) 하시모토 류타로 전 총리,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스즈키 무네오 중의원 등의 두터운 러시아통이 있어 정보교환과 교류가 활발했으나 지금은 외교관들에게만 맡겨두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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