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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전쟁에 등장한 ‘마오와 워싱턴’의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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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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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런민비가 세상을 바꾼다
 
1장-1 환율전쟁에 등장한 ‘마오와 워싱턴’의 환영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환율 전쟁’이라는 말이 최근 지구촌 경제의 화두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아시아, 유럽 등 세계 주요국들이 뒤섞여 벌이는 환율전쟁은 영토전쟁 이상으로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쟁의 하이라이트는 G2인 미국과 중국 두나라가 벌이는 공방전이다. 미국은 중국이 원인제공자라며 환율전쟁의 책임을 모두 중국측에 전가하고 있다. 중국이 고환율(위안화 저평가)에 기댄 수출활동으로 막대한 흑자를 거둬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이미 두차례에 걸친 환율전쟁에서 일본과 독일을 모두 넉다운시킨 미국은 이제 달러를 마구 찍어내며 중국에 맹공을 가하고 있다. 마치 제로섬 게임으로 여기듯 피차간 한치의 양보가 없다. 가히 3차 환율대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번 서울 G20정상회담에서도 장내외에서 G2가 벌일 환율 공방이 최대 관전 포인트다. 미국이 거세게 압박하고 있지만 훌쩍 G2로 성장해버린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일본 엔화는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2년 6개월만에 달러당 260엔대에서 120엔대로 두배나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일 무역역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중국의 런민비(人民幣 위안화)절상도 미국의 대중 역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수 없다. 미국 무역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데서 찾아야한다.”
미국의 환율 공세가 거세질 때면 저우샤오촨(周小川) 중앙은행장을 비롯한 중국관리와 민간 학자들이 똘똘 뭉쳐 앵무새처럼 읆어대는 얘기다.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직후인 지난 10월 27일 천더밍(陳德銘)중국 상무부 장관은 미국의 과도한 달러 발행이 글로벌 금융자산 인플레를 유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오히려 미국의 사리사욕이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세계 인민들에게 물가상승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학자들은 화폐전쟁이니 환율전쟁이 하는 소리가 애당초 어폐가 있는 얘기라고 주장한다.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화력에 대항할 나라가 어디 있다고 전쟁 운운하냐는 지적이다. 기타국의 경우 그저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방어에 급급할 뿐으로 상황이 이 정도면 전쟁이라기 보다 약탈이라고 해야 맞는 얘기 아니냐며 대미 반격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미국은 달러를 무기로한 기축통화 패권국으로서 게인즈 주의 통화정책을 유지함으로써 국내 투자와 소비가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상황에 노출돼왔다. 저축부족에 국제수지가 적자인 상황에서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세계 각국의 상품과 노무를 수탈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중국이 억지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위안화 안정을 통해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 또한 위안화 환율안정은 중국수출품 가격을 20년이나 붙들어 매놔 글로벌 물가안정에 큰 공헌을 했다. 위안화가 갑작스럽게 대폭 절상된다면 글로벌 소비자들이 누려온 이런 매릿들은 단번에 소멸될지 모른다. ‘마오쩌둥(毛澤東)과 워싱턴’을 주전으로 하는 중국-미국간의 환율전쟁은 단시일에 끝날 싸움이 아니다. 중미 모두 지독한 패러독스를 내뿜으며 모순 가득한 쟁론에 도취해 있는듯 하다. 미국은 무엇이든 다 꿰뚫을 수 있는 창으로 중국을 겨누고, 중국은 어떤 날 선 창도 다 막을 수 있는 방패를 갖고 미국을 상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자가 지난 10월 15일 워커힐 호텔에서 중국의 화폐전쟁 저자 송홍빙(宋鴻兵)을 인터뷰했을 때 그는 2년여 전인 2008년 가을 베이징의 한 서점 특강에서 만났을 때와 변함없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 위안화의 가파른 절상은 주요국 경제를 급강하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공멸에 처하게 할 것이다.“ 최근 미국의 대중 위안화절상 요구가 어느때 보다 거세지고 있지만 중국은 스스로 정한 합리적인 수준의 완만한 절상 방침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5년 7월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일관되게 이런 원칙을 고수해왔다. 위안화가치는 중국의 점진적 절상 방침에 따라 그동안 20% 이상 상승했다. 
환율전쟁의 큰 원인중 하나인 중국의 생산 과잉과 미국의 소비 투자 부족현상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상황은 세계경제의 구조조정 결과와 기술진보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또다시 변할 게 틀림없다. 미국은 달러 의존만으로 생존할 수 없고, 중국도 언제까지나 고환율에 기반을 둔 만년 흑자국으로 유유자적할 수는 없을 것이다. 

chk@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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