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 |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14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제적 공조가 전제된 '토빈세'와 '은행세' 도입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해외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꼽았다. 하지만 국가별로 이익이 대립하고 있어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자금이 국경을 넘을 때 세금을 메기는 방식인 '토빈세'와 구제금융이 들어간 은행들에 부과하는 부담금 성격의 '은행세'는 단기투기자금의 과도한 유출입을 막고 금융위기시 재원이 될 수 있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년간 지속적으로 논의돼 오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도 첨예하게 시각차가 대립하고 있어 국제적 합의 도출이 어렵고, 개별 국가가 홀로 단행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현 단계에서 실효되기는 쉽지 않은 방안이다.
현 위원장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처럼 자금이탈을 막기위해 자본의 유출을 막아버린다면 되려 자금 유입을 막아버리는 역효과가 난다"며 "거시경제 위협에 대한 자본 유출입의 국제적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않는 한 독립적 규제 방안을 내놓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재 정부가 자본 유출입에 특히 문제삼는 것은 외국은행 지점의 단기 차입의 변동성이 큰 것이지만 이를 규제할 뾰족한 대안마련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식과 채권 등 자본시장은 자금 유출이 자산가격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규제가 되는 측면이 있지만 은행 차입은 그렇지 않아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위기감이 고조되며 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도 외은지점에 포커스를 맞춰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제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방안이 전면적인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 위원장은 "핫머니나 단기투기자금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일은 쉬워도 자금 이동을 보고 이들의 실체를 어떻게 구별해 낼 수 있겠냐"며 "딱 떨어지는 정교한 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다 일부를 규제하면 돈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의 경제주체들을 향해 해외 자본에 대한 시각의 개선을 당부했다. 해외 자본이 금융이 아닌 '실물 경제'로 연결되는 해외직접투자(FDIㆍforeign direct investment)를 유도해야 한다는 것.
현 위원장은 "공장은 들고 나갈 수 없는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영국으로 진출하면서 여왕의 환영을 받은 것 처럼 국내로 들어오는 해외 법인 투자를 국부 유출로 보는 시각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기시에는 정부나 기업들 모두 돈이 없을 시기이기 때문에 국내 법인들이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되려 경제에 부담이 된다며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가 자동차를 수만대 팔더라도 해외에서 생산되면 국내의 가계 소득과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다"며 "해외 법인이 국내에 들어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은 기자 kke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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