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를 모조리 싹쓸이하려는 한국 양궁 대표팀 앞에 주어진 숙제는 바람과 텃세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경기는 아오티 스포츠센터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아오티 양궁장에서 열린다.
양궁장 주변은 야산이나 숲이 없고 큰 건물이나 경기장도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상 벌판이다.
7일 사로에 설치된 풍속기를 지켜본 결과 바람이 거의 안 불다가도 갑자기 초속 3m 정도로 빨라지는 등 변화가 심했다.
바람은 양궁 기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대표팀은 아오티 양궁장의 변덕 바람을 감안해 지난달 말부터 서귀포에서 바람에 적응하는 `오조준 훈련'을 치렀다.
사대에서 관중석이 바짝 붙어있는 점도 신경 쓰인다.
예선이나 본선 하위 라운드가 열리는 경기장과 달리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은 사로가 2개밖에 없다.
이런 좁은 경기장에서 사로 좌우에 계단식으로 설치된 관중석과 선수가 활을 쏘는 사대의 거리는 겨우 3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관중의 함성이나 응원도구 소리가 활 시위를 당기는 선수들의 귀에 바로 꽂힌다.
게다가 사대 뒤로는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까지 있어 장외 관중까지 각종 방법을 동원해 응원에 가세할 우려도 있다.
대표팀은 현지 관중의 응원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경륜장 도로나 야구장 외야에서 소음과 야유에 적응하는 심리 훈련을 치렀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현지 관중의 야유와 함성에 밀려 중국에 졌다. 이번에도 이런 텃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진 국제양궁연맹(FITA) 월드컵에서 중국 관중은 한국 선수가 활을 잡으면 야유하거나 심지어 거울로 햇빛을 눈에 비추기까지 했다.
광저우 한인체육회에 따르면 양궁 개인전과 단체전 결승전의 암표상 등의 사재기로 이미 동났다.
한국 응원단의 규모는 기대보다 줄어들었고 선수들은 중국 관중의 응원전을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
아시안게임의 한국 대표선수는 임동현, 오진혁, 이창환, 김우진(이상 남자부), 윤옥희, 주현정, 김문정, 기보배(이상 여자부) 등 8명이다.
이들 선수가 바람과 텃세를 무난히 극복하고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터넷뉴스팀 기자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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