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늑장대응 비판 억울" 하소연… "업무 한계 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그 동안 금감원에 쏟아진 각종 비판에 대해 일일이 해명에 나섰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 업무에 소홀하다는 여론에 부담을 느낀 듯 하다. 

김 원장은 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고 최근 불거진 신한금융지주 사태,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C&그룹 로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조사 경과를 설명했다.

그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의혹을 금감원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외압도 없었고 늑장대응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신한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하면서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 원장은 "실명제법 위반 조사는 명의인의 구체적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차명계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금감원이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해명했다.

흥국생명과 흥국화재가 모회사인 태광산업의 골프회원권을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흥국생명의 경우) 지난해 3월 검사 때 조사했지만 시세나 취득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알고도 덮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화재는 골프회원권 매입 시기가 올해 8월인데 아직 검사를 못했다"며 "종합검사 때 이 부분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이 C&그룹에 부당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을 금감원이 묵인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감사원이 제재 조치를 했고 금감원도 같은 해 6월 종합검사를 하면서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며 "똑같은 사안에 두 번 제재할 수 없는 것은 상식으로 이를 덮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강변했다.

김 원장은 간담회가 진행되는 내내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국회도 언론도 금감원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사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원장은 금감원의 검사체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보고체계 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잘못된 점이나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 검사반장의 중립적 판단이 중요하다"며 "이를 전반적인 정책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는 숙제"라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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