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미국의 양적완화(유동성 공급) 조치에 대해 실물경제에 주는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한은은 '연준 QE2(2차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한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4일 6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사들이기로 한 조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한은은 "연준의 QE2는 장기금리 하락, 주가 상승, 미 달러화 약세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다"면서도 "다만 가격지표의 변화가 실물경제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시장금리와 통화가치를 낮추고 대출을 늘리는 '1차 경로'를 통해 소비·투자·수출이 확대되는 '2차 경로'로 이어져야 한다. QE2의 경우는 1차 경로는 작동했지만 2차 경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이어 "오히려 풍부한 달러화 유동성이 신흥시장국으로 추가 유입돼 자산가격의 버블(거품)을 가져올 수 있으며, 주요 20개국(G20) 합의에도 신흥국들이 통화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으려고 환율 방어 정책을 다시 펴면 환율분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양적완화 발표 이후 상품시장으로 대규모 투기자금이 유입되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금과 원자재 등 상품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미 연준의 추가 국채를 매입으로 향후 출구전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확대된 유동성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채권을 매각하면 손실 입을 수 있고, 이를 의식해 출구전략을 미루면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조치에도 경기 회복 속도가 부진하면 2차 양적완화가 만료되는 내년 6월을 앞두고 3차 양적완화가 논의될 것"이라며 "다만 학계와 시장에서는 양적완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연준 이사와 지역연준 총재 18명 가운데 6명이 이에 반대하는 등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논란이 재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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