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잦아들면서 국내 금융권의 라이벌 구도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 수익창출을 위한 영업력 확대가 화두로 떠오르며 각 분야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
지난 2년이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오월동주(吳越同舟)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경쟁 체제에 돌입한 양상이다.
아주경제는 금융업권별로 라이벌 기업을 정리하고 이들 기업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7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기업부문의 강력한 경쟁력과 개인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서 새로운 빅4로 부상한 IBK기업은행.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4대 은행에서 탈락한 하나은행.
이 두 은행이 새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은행들의 영업경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두 은행 간 맞수열전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4대 은행 입성에 성공한 기업은행의 굳히기냐, 부실정리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세로 접어든 하나금융의 4위 재탈환이냐. 벌써부터 금융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은행의 '약진'
기업은행은 지난 2년 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했다.
여타 은행들이 여신 확대에 꼼지락거리는 사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개인금융을 확대하는 등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지난 2009년 말 156조6000억원이었던 총 자산이 171조3000억원(3분기 말 현재)로 급증했다. 전체 여신도 이 기간 110조2070억원에서 118조801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또 현재 신용카드·퇴직연금 등 신규사업 확대를 통한 먹거리 창출에 분주하게 나서는 등 수익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당초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한 결과 정부의 금융규제가 강화됐지만 기업은행은 새롭게 규제에 포함된 부분이 별로 없다"며 "타사에 대한 규제 효과가 발생해 반사이익을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출시하는 소매금융 상품들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한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최근 기업은행이 내놓는 상품들은 구조 및 금리 면에서 기존 상품들과 차이가 있다"며 "특히 'IBK적금&펀드'의 경우 투자 수익성과 안정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성장을 이끌어 온 윤 행장이 다음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최근 2년 동안의 성장세가 윤 행장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고 평가될 정도로 윤 행장의 역할이 컸다.
민영화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민영화 추진 계획이 나와야 기업은행도 사업계획을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위기탈출 성공한 하나은행… 공세 전환
하나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손실을 입는 등 최대의 피해자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우리·신한은행 등과 더불어 국내 금융권의 4대 축을 형성했으나, 이제는 떠밀린 모양새다.
하지만 현재는 위기로 발생한 부실 대부분을 털어낸 상태라 앞으로는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자산건전화를 목표로 힘 쓴 결과 부실 대부분을 정리했다.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3분기 말 현재 0.70%로 지난 2009년 1분기의 1.37%에 비해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1.37%로 업계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자산규모는 3분기 말 현재 167조5850억원으로 확대되며 지난해 1분기(166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또 인수·합병(M&A) 등 사세 확장을 통해 성장 엔진에도 불을 지필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카드사업을 분사했고, 다올신탁을 인수하는 등 비이자
수익 및 투자금융(IB) 진출에 힘쓰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이나 우리금융 중 한 곳과의 M&A를 성공시켜 국내 리딩뱅크로의 도약도 꿈꾸고 있다.
다만 저조한 수익성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수익성 개선없는 규모 확대는 지방을 불려 몸집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과 함께 '체질개선'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현재 하나은행의 NIM은 2.21%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자기자본수익률(ROE)도 9.96%에 불과해 투자적격 수준인 11%에 크게 못 미친다.
아울러 기업은행 등 대다수 은행들이 PB·신용카드·신탁사업 등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해당 분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그동안 PB분야와 투자업무에 강점을 보였으나, 마땅한 수익창출원이 떨어진 은행들이 이들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 경쟁이 예상된다"며 "신용카드 부문도 각 회사들이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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