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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기로에 선 한·미 FTA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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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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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서울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와 한미 FTA'를 주제로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개최한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목 뉴욕총영사, 글래스맨 JP모건 고문,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대사.                         [연합뉴스]

































자동차·쇠고기 외 재협상 요구분야 확산...전맨 재협상 가능성도

(아주경제 이광효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지난 2007년 6월 30일 서명된 한·미 FTA는 3년 반이 다 돼가는 지금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양국 정상들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최종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만 머물던 재협상 요구가 다른 분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추후 진행될 한·미 FTA 협상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할 때만 해도 한·미 FTA가 곧 발효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한·미 FTA 협상을 처음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보다 한·미 FTA 발효에 더 강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미 FTA 추가협의가 성과 없이 끝나고 우리 정부가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의 불가피성을 피력하면서 한·미 FTA 발효 전망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 노동·금융분야도 재협상 요구
한·미 FTA 발효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미국의 무리한 요구조건이다.
최근 성과 없이 끝난 한·미 FTA 추가협의는 미국의 요구에 의해 시작됐고, 미국은 철저히 자국의 요구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이를 방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뿐 아니라 노동과 투자, 금융 등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 일각에서 농업이나 의약품같이 우리가 취약한 분야로 여겨지는 부문에 대한 재협상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국 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의 범위가 넓어지면 한·미 FTA 발효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이라며 재협상 범위 확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특히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와 같은 독소조항들을 삭제해야 한다는 일부 정치권의 주장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미국이 자국에 유리하게 돼 있는 자동차분야에 대한 협정문 수정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도 양국의 최종 협상 타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자동차 관세 8%, 10%를 발효 즉시 철폐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한·미 FTA 발효 후 3년 이내에 자동차 특별소비세 세율을 5% 이하로 단일화해야 한다. 자동차세도 3단계로 간소화해야 한다.
반면에 미국은 배기량 3000cc 이하 승용차에 대해 한·미 FTA 발효 즉시 2.5%의 관세를 쳘폐해야 하지만, 3000cc 초과 승용차는 발효 후 3년 뒤 철폐한다. 또한 미국은 자동차 관련 세제를 바꿀 필요도 없다.
한·미 FTA 협정문대로라면 체결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야 할 측은 한국임에도 불구, 미국은 한술 더 떠 한·미 FTA 협정문 수정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요구들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한·미 FTA 발효 집착
한·미 FTA 발효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역설적으로 한·미 FTA 발효에 지나치게 집착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방어하는 데 급급한 한국 정부의 태도에 있다.
이번 추가협의에서 미국은 우리나라에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자동차 환경기준 완화 △자동차 세이프가드 도입 △자동차 관세환급 제한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 연장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세이프가드 도입이나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 연장은 한·미 FTA 협정문 수정이 불가피한 요구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 도입 등의 수용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세이프가드는 외국으로부터 특정 품목의 수입이 너무 늘어 국내 관련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정부는 세이프가드가 한·미 양국에 적용된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은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를 비난하며 비준 반대의사까지 드러내고 있다. 자동차 세이프가드가 도입되면 그 혜택을 미국이 주로 입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에 47억2500만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했고, 2억4200만 달러어치의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7.9%다.
반면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6.94%이고, 이 가운데 미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8.4%에 불과한 것으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집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미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매우 낮은 반면에 미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세이프가드가 도입되면 미국이 국내 업체를 규제하는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점점 어려워지는 국회 비준동의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의 불가피성을 시인하고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한·미 FTA 국회 비준동의가 더 어려워졌다.
우선 시간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도 알 수 없거니와 설사 타결된다 해도 한·미 FTA 재협상으로 협정문이 수정되면 정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즉 한·미 FTA 비준동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등 야당들이 한·미 FTA 재협상안을 비준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되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한·미 FTA가 발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leekhy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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