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탁구 대표팀의 김택수(40) 감독과 현정화(41) 감독은 20일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식 4강에 올랐던 주세혁(삼성생명)과 김경아(대한항공)가 나란히 결승 진출에 실패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친 뒤 세대교체론을 역설했다.
세대교체는 한국 탁구의 영원한 숙제이면서도 빈약한 엘리트 탁구 저변과 경쟁력 있는 유망주 발굴의 어려움 등으로 미뤄왔던 게 현실이다.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 중국의 높은 벽을 절감하며 다시 한번 세대교체 필요성이 제기됐다. 30대 선수들이 주축인 대표팀에 과감하게 메스를 들이대는 개혁만이 한국 탁구의 살길이라는 절박성이 또 한 번 부각된 것이다.
김택수 감독은 "중국과 단체전 결승에 크게 지는 한이 있더라도 대표팀 막내인 정영식과 김민석을 기용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다. 내 판단이 잘못된 것 같다"고 후회했다.
한국은 오상은(한국인삼공사)과 주세혁(삼성생명), 이정우(농심삼다수)를 기용했지만 중국의 왕하오, 마린, 마룽에게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채 0-3으로 완패했다.
반면 18세 동갑내기인 정영식(대우증권)과 김민석(인삼공사)은 호흡을 맞춰 남자복식 4강에 오른 뒤 중국의 왕하오-장지커 콤비에 풀세트 접전 끝에 아깝게 3-4로 지며 동메달을 따 가능성을 보였다.
김택수 감독은 "오상은, 주세혁, 유승민으로는 안된다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서 한국 탁구의 희망을 발견했다. 정영식, 김민석뿐만 아니라 서현덕, 이상수 등을 제대로 키운다면 앞으로 중국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개인 사정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유남규 농심삼다수 감독의 후임으로 사령탑에 오른 김택수 감독은 "중간에 들어와 내가 원하는 탁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중국은 왕하오와 마린 등 기존 선수들의 경기력이 좋은 데다 마룽, 쉬신, 장지커 등이 많이 성장했다. 우리도 과감한 신예 기용을 계속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정화 여자 대표팀 감독은 "여자복식에서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는다. 다른 부문은 예상했던 결과다. 중국과 단체전 4강에선 석하정이 잘해줬는데 중국이 워낙 준비가 잘돼서 이길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현 감독은 이어 "여자 탁구는 김경아와 박미영 등 수비 선수에 치중하다 보니 공격수 복식조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왼손과 오른손이 짝을 이뤄 4-5년을 함께 가는 전략적인 복식조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식도 당장 성적을 내기 어렵지만 더 어린 선수들을 키워 집중적으로 훈련시키고 국제대회에 참가시켜 세계랭킹과 실력을 끌어올려야 장기적으로 중국을 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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