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회사의 자산 규모가 엇비슷해지면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위로 밀린 신한금융지주의 반격이 거셀 전망이다.
◇ 금융권 '4강' 체제 구축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권은 KB금융·우리금융·신한금융 등이 3강 체제를 형성하고 하나금융이 뒤쫒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면서 금융권 판도가 4강 체제로 바뀌게 됐다. 하나금융은 이제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사들과 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4대 금융지주회사의 자산 규모는 모두 300조원대로 비슷해졌다. 확실한 리딩뱅크가 없는 혼전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한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가세한 4강 체제로 진입할 경우 경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등 고객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도 있겠지만 출혈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 내년부터 주도권 경쟁 본격화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부터 이뤄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받는 시점은 내년 1~2월이 될 공산이 크다.
신한금융도 경영진 내분 사태를 봉합하고 내년 3월 주총을 기점으로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KB금융은 역대 최대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비만증'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나는 내년 이후에는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도 내년 상반기까지 민영화를 마무리하고 경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회사가 같은 시장을 놓고 격돌할 가능성과 차별화 전략에 따른 특화시장 선점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은행계 연구소 관계자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가계 및 기업대출이 크게 위축됐다"며 "은행 수익은 결국 대출에서 발생하는 만큼 내년부터 4개사가 공히 대출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경우 출혈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덩치가 비슷해졌기 때문에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 시중은행의 영업담당 임원은 "기존 영업 전략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비교우위를 보이는 부문에서 차별화된 영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로 무리한 자산 경쟁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어떻게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gggtttppp@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