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수일시장 25년 지킴이의 '땡처리'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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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7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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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조영빈 기자) “뭘 더 기대해? 정리하고 나가는 게 상책이지”

지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은평구 수색동 수일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해 온 김경태씨(59)가 한묶음에 1200원하는 나무 젓가락을 인근 시장의 상인에게 절반 가격으로 넘기고 있었다.

5년여 전부터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장사가 역마진이 나던 것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이달 말에 폐업하기로 한 것. 김씨는 이곳에서 25년동안 장사를 해왔다. 수일시장 터줏대감이 뿜어내는 매케한 담배연기가 10평 남짓한 가게를 휘감았다.

2006년 수일시장의 고객층이었던 수색동에 은평 뉴타운 재개발 공사가 시작됐다. 인근 상암동에도 DMC단지가 완공되며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들어섰다.

김씨는 우리 쪽도 재개발이 되리란 생각으로 장사를 이어왔다. 그나마의 보상금이라도 받아 나가려는 생각이었다. 재개발될 거라는 정치인들의 말을 다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댈 곳이 없었다. 그동안 상암DMC와 은평뉴타운 사이에서 수일시장은 점차 슬럼화 돼갔다. 김씨는 “서울에 있는 전통 시장 상당수가 이런 실정”이라며 답답해했다.

지방 전통 시장의 경우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 가는 실정이다. 지역 특성을 살려 특징을 잡아 특성화시켰다. 또 화천 산천어 축제나 금산 인삼축제 등 지방 특산물을 이용한 ‘축제 마케팅’으로 상권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의 위세에 가려 점차로 죽어가는 서울 지역 시장에는 특성화시킬 콘셉트도 없고 축제거리로 쓸만한 특산물도 없다. 시장 수요자들을 억지로 만들어내거나 대형마트를 도로 헐어낼 수 없는 노릇이라면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감 있는 재개발 계획이다.

‘개발권’과 ‘개발권’ 사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모른 척 할 게 아니라 개발 계획에서부터 이들이 적정 수준의 보상금을 받고 점포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서울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인 셈이다.

이 ‘마지막 배려’를 기다리다 못해 젓가락을 반값에 처분하고 있는 김씨 같은 상인들은 수일시장에만 100여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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