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무모한 호전론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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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2-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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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경인년(庚寅年)은 역사적으로 환란이 많았다.
 
 정중부와 이의방, 이고 등 고려 무신들이 1170년 일으킨 쿠데타는 100년간 지속된 무신정권의 서막이었다. 1350년은 한반도 연안지역에 대한 왜구의 약탈이 시작됐고 1890년 8월은 경상북도 함창에서 농민항쟁이 발생했다. 1950년 6월은 한국전쟁이 발발해 3년 동안 민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다.
 
 한 해가 저물고 있는 2010년 역시 '탈' 많았던 역사의 자취를 비껴가지 못했다. 남북의 정치적 대립이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60년만에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북측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시작된 서해의 군사적 긴장은 우리의 군사훈련과 북한의 핵 공격 위협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위기는 국가안보를 우려하는 여론을 등에 업고 사회 분위기를 급속도로 우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때문에 군사력 강화와 이를 위한 군비 증액은 그 어느 것보다도 최우선해야 할 사안으로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전쟁이 발생했을 경우에나 볼 수 있을법한 청년들의 군대 지원률이 주요뉴스로 다뤄지는 것도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최근의 현실이다.
 
 정작 우려스러운 것은 보수파 정치인들과 극우단체들이 '전쟁'이란 단어를 너무 쉽게 내뱉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한다면 전면전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 정권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이 정치·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한쪽이 도발을 감행하면 자위권 차원에서라도 응징을 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행사라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자위권 행사와 전면전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자위권 행사가 군사적 도발에 대한 응징이라면, 전면전은 말 그대로 한 쪽이 백기를 들 때까지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벌이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핵 전쟁 불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승패여부를 떠나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전쟁 회피는 비겁한 자세이며 북한에 휘둘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의 햇볕정책은 이미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 정권 10년 동안은 지금과 같은 남북간의 군사적 위기상황을 겪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러한 주장이 정말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대화와 타협 역시 전쟁 못지 않은 강력한 갈등 해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득 지금 전쟁을 하자고 부추기는 이들이 그 전쟁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젊은 목숨을 사지로 내몰기 위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선을 다했다는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 남북갈등의 해법에서 '전쟁'은 가장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하며 그 마지막 상황에서도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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