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읽을 만한 책> 저항하는 인간들의 고단하지만 고상한 삶...‘호모 레지스탕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2-29 18:38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오민나 기자) 비정규직·도시빈민·농민·여성·미성년 학생 등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들은‘저항'을 통해 현실을 개혁해왔다. 이들이 개혁한 현실은 곧 하나의‘제도'가 됐다. 그들은 부당한 현실과 그 상황을 지지하고 있는 법, 양쪽에 저항하며 마침내 새로운 법을 탄생시켰다. 이들의 분투가 '대강의 정의(rough justice)' 즉 상식적인 정의의 토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얼핏보면 대단히 거창하고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가야만 접할 수 있는 이야기같다. 하지만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2010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이야기다.‘호모 레지스탕스’는 이렇게 우리와 아주 가까운 시점을 공유하고 있는 역사를 박경신·박주민·손익찬·양홍석·최종연·허진민 7명의 법조인이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들은 경제·사회·환경·역사·문화·종교 등에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을 정리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있는 행위가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 곧 깨닫게 된다.

제1부‘빵을 위한 투쟁기’는 경제 분야를 다룬다.‘판자촌에 쏘아올린 작은 공’은 거주이전의 자유와 전입신고라는 행정제도가 극빈층을 사회적 유령으로 만들고 있음을 고발한다.‘1300일의 해고'는 정리해고라는 일방적인 사용자의 횡포를 ‘콜트악기 정리해고에 관한 판결’을 제시하며 상세하게 설명했다. ‘배부른 자여, 비정규직에게 날개를!’은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한 현대자동차 이야기를 실었다. 이들의 고단함과 억울함이 짙게 묻어나온다.

제2부‘사회 속에서 행진하라’는 사회 영역의 이야기다.‘떡값 검사를 떡값 검사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삼성 비자금과 연루된 떡값 검사를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명예훼손죄를 다룬다.‘집회하러 상경하는 농민을 저지한 경찰은 유죄? 무죄?’는 한미 FTA 반대집회를 위해 모인 농민들을 폭동을 일으킬‘예정된’주체로 점찍고 그들에게 공권력을 행사한 경찰의 경솔함을 짚는다.‘아름다운 밤이에요!’는 촛불시위 이후 야간집회를 법적으로 금지한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역사를 다룬 제4부 ‘틀어진 역사 바로잡기’는 독자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출가한 딸은 제사를 지내면 안되나?’에서는 관습적으로 유지돼온 기조가 ‘명문화’ 됐을 때 인간의 기본권을 얼마나 침해하는지를 비판한다. 전통적인 남녀차별의 풍습 때문에 ‘가족’으로부터 소외당한 여성의 권리를 살펴본다.

제5부 문화 영역에서는 ‘미디어 민주주의’를 다룬다. 바로 어제까지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인 ‘미네르바’사건을 돌이켜본다. 마지막 부분은 종교와 관련된만큼 꽤 심오하다. 대광고등학교 재학시절 강제적인 종교교육에 항거해 모두를 놀라게 했던 강의석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쯤되고 보니 이 책에는‘저항'‘정의’등 힘깨나 주는 용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어디에선가 모두 보고 들었던 익숙한 이야기다. 오히려 우리가 여전히 이 서글픈 현실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저항으로써 쟁취한 결과물이 되레 퇴보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인권’과 ‘정의’란 단어가 오히려 낭만처럼 들리는 이 시대 , 정의를 향한 ‘타는 목마름’으로 2010년을 강타했던 ‘정의열풍'은 당분간 이 책으로 계속 이어나갈 듯 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