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강업체들은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후판 수출가를 인상하려는 입장인 반면, 국내 조선소들은 신조가가 침체된 상황에서 후판가격 인상에 부정적이다.
특히 양측의 협상 결과는 가격인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인상폭과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일본제철 등 일본 철강업체들이 2분기 수출후판가격을 현행 t당 800달러 수준에서 20% 인상한 1000달러까지 인상할 방침을 세우고,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조선소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철강업체들은 철광석·원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국제 철광석 평균가격은 지난달 t당 189달러, 최근 2달 사이에 20달러 가까기 급증했다. 철강제품 생산시 원료탄으로 쓰이는 점료탄도 같은 기간 100달러 상승했다.
또 후판 수출가와 내수 가격의 차이가 크다는 자국 조선소들의 볼멘소리도 일본 업체들의 인상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덤핑 논란을 피하는 동시에 엔고 현상으로 인한 원가부담을 피하기 위해 예상보다 인상폭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 대형 조선소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조선가 최고점 대비 60% 수준에 불과한 현재 상황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후판은 건조비용의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대형 조선소 관계자는 “선박가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국내 조선소들이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4분기부터 제기된 일본 철강업체들의 인상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국내 조선소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업체들이 후판생산량을 늘리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후판 총 수요량은 1250만t 정도였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생산시설을 연이어 늘리면서 올해 연간 후판생산량은 총 132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셈이다.
게다가 국내 조선소들이 원가절감 등을 이유로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릴 방침이어서 일본 철강업체들에게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중국산 후판을 전년대비 10배 증가한 20만t 이상 수입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철강업체들도 이번 협상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업체들과 국내 조선소들의 협상결과를 참고, 자신들의 가격협상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일본 업체들의 가격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를 참고해 국내 업체들이 협상을 시작한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시점에서 이번 협상은 ‘풍향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양측의 협상결과에 따라 국내 철강업체들의 가격 인상폭과 시기가 대략적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