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일본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중동 정세불안까지 겹쳐 유가가 치솟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중국은 긴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갓 벗어난 세계경제가 ‘더블딥(경기 회복 후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18일 채권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은 17일 뉴욕 금융시장에서 108.43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전일 종가인 117.75보다 9bp정도 하락한 수준이다.
대지진 이후, 일본 CDS프리미엄은 한국의 CDS를 역전하는 등 이례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주요 7개국(G7)이 엔화강세를 막기 위해 11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지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원전 폭발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처럼 일본 CDS와 엔화가 연일 초강세를 나타내 주요 7개국(G7)은 지난 18일 오전 7시(한국시간)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긴급 화상회의를 갖고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했다.
이는 주요국가들이 직접 나서서 ‘급한 불을 끌’ 정도로 일본의 상황이 심각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나카조라 BNP파리바 애널리스트는 “이는 전적으로 일본 원전폭발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며 “저가매입을 제외하고 현재로선 일본 국채를 살 유인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진 피해규모도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6% 정도로 편차가 크고 복구비도 5조~10조 엔까지 들어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경제가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재정적자 부담이 커지면 소비도 자연스럽게 위축. 올 상반기 일본 GDP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사실상 경기불황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일본 핵심 부품소재 산업이 위축되면서 동북아 지역 분업 구조가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일본 부품소재 공급 차질은 자국뿐만 아니라 한국 반제품, 중국 완제품 생산이라는 동북아 분업구조에 차질을 발생시켜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생산 중단은 경쟁 업체의 약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세계 산업 재편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 ‘더블딥’ 논란은 전부터 계속돼왔다.
특히 지난 11일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일본은 최악의 상황에서 최악의 지진을 만났다”고 말하면서 더욱 가시화됐다. 일본이 세계경제 3위의 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경기침체가 세계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크다.
여기에 중국의 긴축정책도 세계경기 회복의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긴축정책을 유지해왔는데 이는 제조업 경기를 둔화시킨다는 점에서 수출입 비중이 큰 우리나라 등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 GDP에서 중국과 일본,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9.3%, 8.7%, 3.6%로 총 21.6%에 달하는 만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심리적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무섭게 치솟고 있는 유가도 더블딥의 강력한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바레인은 카다피 친위군이 주요 지역을 회복하고 있고 사우디 파병 등 중동·북아프리카경제협력기구(MENA) 지역 정정불안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향후 공급불안감이 심화되고 있다.
한편 주요 기관들은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상회하면 세계경제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8일 유가가 120달러까지 상승하면 영국과 유럽의 인플레를 0.5%포인트 끌어올린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는 1.5%포인트나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반적으로 배럴당 원유가격이 10달러 상승하면 글로벌 GDP는 0.5%포인트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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