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만에 처음으로 외국(한국) 기업이 UAE에 들어가 대규모 원유를 개발한다"며 한국의 원유 비축량 및 자족률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던 계약이 왜 도마위에 올랐을까?
체결되면 그렇게 될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현재 양국이 공식 체결한 것은 MOU(양해각서)다. MOU는 기업, 국가 등 둘 이상의 계약 주체가 무언가 새로운 일, 프로젝트, 사업 등을 시작할 때 처음으로 쓰는 문서이다. 객관적으로는 어떠한 구속력은 없다. 계약도 MOU 이후 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로 이번 계약이 마치 체결된 것처럼 홍보한 흔적이 있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그렇게 받아서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계약 체결”이라고까지 보도했고, “사업권 확보”, “사상 최대 유전 개발”, “원유 12억 배럴 확보” 등으로 표현했다. 이 정도면 MOU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표현들은 아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런 표현을 사용한 데는 당연히 정부의 홍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MOU가 갖는 계약 과정상의 한계를 분명히 설명했어야 하는데 성과 홍보에 급했던 것이다.
만일 공식 체결한 것은 MOU 밖에 없지만, 정부가 확신하듯이 계약 체결 전망이 확실하다면 무언가 이면 계약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여하튼 한국 정부가 이를 가장 크게 홍보했다.
당시 블룸버그, AP 심지어는 중동의 대표적인 뉴스까지도 이 건에 대해 기사를 한국발, 정부 관계자의 발표를 토대로 기사화했다. 정작 계약을 줄 UAE발(또는 발표) 보도는 찾기 어려웠다. 그만큼 한국 정부가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사실이다.
현재 국회에서 이 문제로 시끄럽게 됐다. 야당 일각에서 청와대가 부풀리기 발표를 했다는 비판이다. 그리고 정말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그 효과는 막대한 것이지만 아직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면 본계약 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백번 옳다.
민주당의 발표에 따르면 UAE와의 두 건의 원유개발 계약체결 중 한 건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이고, 나머지 한 건도 핵심조건만 논의된 계약상태일 뿐 나중에 실제 계약조건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정부 여당은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면 계약이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국가의 정부가 홍보를 이렇게 하다보면 발표할 때마다 언론이 계약서 원본을 요구하고 해외 언론 보도를 참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심각한 신뢰의 상실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순방에 맞춰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2014년 기존 계약이 끝나면 정말로 한국 기업이 들어가 최소 12억 배럴의 원유를 우리 손으로 확보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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