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67세를 맞이한 올해 인공지능(AI)에 인생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AI가 인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10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며 역대 최대 규모의 AI 투자를 선언했다.
손 회장은 1957년 일본 사가현에서 태어난 한국계 일본인이다. 그의 조부모는 대구에서 농사를 짓다가 일제강점기인 1930년 일본에 토지를 몰수당하고 일본으로 이주했다. 이후 일본에서 광산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판자촌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의 아버지는 파친코와 대부업을 통해 생계를 이끌어갔다.
손 회장은 집안의 지원을 받아 1974년 미국 세라몬테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단 3주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해 1975년부터 홀리네임스 칼리지에 입학했다. 이후 UC버클리 대학교 경제학과로 편입해 컴퓨터 과학을 전공했다.
손 회장은 1980년 마이크로칩을 활용한 전자번역기를 개발해 ‘유니슨 월드’라는 벤처 기업을 처음으로 창업했다. 이후 그는 부모님과 약속대로 1981년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에서 직원 2명과 함께 소프트웨어 유통회사인 소프트뱅크를 창업했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소프트뱅크는 1994년 7월 22일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이후에도 알리바바, 스프린트, ARM 등 굵직한 글로벌 M&A를 통해 ‘투자의 귀재’, ‘M&A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M&A로 사업을 확장하는 그의 경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제품 없이 투자만으로 돈을 번다”, “무리한 확장 전략은 언젠간 부메랑이 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 손 회장의 인생에 항상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당시 손 회장은 약 700억 달러의 돈을 잃으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잃은 사람’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알리바바에 2억 엔을 투자했고, 2014년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되자 수천 배 수익을 거뒀다. 이는 손 회장을 세계적인 부호 반열에 올렸다.
또한 손 회장은 2016년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2023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기업가치는 5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ARM 지분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승부사 기질을 가진 손 회장에게 또다시 실패가 찾아왔다. 그가 투자한 미국의 사무실 공유 회사인 위워크의 파산으로 총 14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고, 자신의 미국 내 고급 저택을 담보로 잡히는 위기까지 맞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회장은 AI 산업에 인생의 마지막을 걸기로 결단했다. 그는 2017년 벤처캐피털 ‘비전펀드’를 설립하고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선언했고, 지난해에는 "앞으로 10년 안에 AI 혁명을 선도하겠다"며 1000억 달러를 AI 벤처 투자에 배정했다.
이제 그가 꿈꾸고 있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초인공지능(ASI)이다. 그는 지난주 열린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서 "나는 ASI의 세계에 올인 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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