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는 지난달 6일 첫 방송 당시 김건모와 이소라, 윤도현, 박정현, 백지영, 김범수, 정엽 등 내로라하는 가수 7인의 히트곡과 함께 막을 열었다. 기성 가수들을 점수로 서열화하고 그 중 한 명을 탈락시키는 프로그램 포맷에 일부 가요 관계자들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출연진의 환상적 무대가 그 같은 기우를 불식시켰다.
그러나 3회 방송에서 첫 탈락자가 결정된 뒤 제작진과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들의 동요가 일어났다. 1980년대 명곡 부르기 미션에서 가수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열창한 김건모가 탈락자로 결정되자 당초 기획에 포함되지 않은 재도전 카드가 등장한 것이다. 김건모는 출연 가수들과 개그맨 매니저들의 독려 속에 다시 무대에 올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건모의 재도전 소식이 전파를 탄 직후 ‘나는 가수다’ 시청자 게시판은 네티즌들의 원성으로 들끓었다. 다수 네티즌들은 프로그램의 기본 포맷이 변형된 데 불만을 표하고 김건모의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도전 기회를 요구한 출연진에게 비난의 화살을 집중했다.
현 미디어 환경에서 무시할 수 없는 축으로 자리한 시청자 주권의 진보는 ‘나는 가수다’ PD 교체와 김건모 하차에 이어 프로그램 방영 중단 사태를 낳았다.
생산과 소비의 측면에서 하나의 콘텐츠 또는 작품으로 분류된 방송 프로그램이 소비자 여론에 의해 난도질당한 것이 옳은지의 여부는 고민해 볼 일이다. 프로듀서에게 프로그램이란 일종의 창작물이다. 작곡가가 곡을 쓰고, 노랫말을 붙인 뒤 편곡 작업을 거쳐 대중에게 선보이는 과정에는 대중을 의식한 작곡가의 생각이 존재할 뿐 작곡가를 의식한 대중의 개입은 없다. 시청자들의 판단이 ‘나는 가수다’를 통째로 뒤흔들어 놓은 것은 프로그램을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는 세태를 반영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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