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정금리 대출 확대 '시큰둥'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정부가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고정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중 확대에 주력하고 있으나 은행들이 관련 상품 개발에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들도 여전히 변동금리를 선호해 당국의 정책의지가 반감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일부 은행이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하는 대신 고정금리로 분할상환 대출을 받는 사람에게 DTI를 15% 확대 적용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부터 최장 15년 동안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금리안전 모기지론’을 출시했다. 12일 현재 가입 실적은 146억원(172건)을 기록 중이다.

국민은행은 ‘분할상환 모기지론’을 개발해 지난 8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후 28억원(48건)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이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리안전 모기지론은 기본형과 혼합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혼합형의 경우 최장 5년만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로 바뀐다.

실제 가입 고객 중 80% 이상이 혼합형을 선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분할상환 모기지론은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정금리 상품은 아니다.

다른 은행들의 반응은 더욱 소극적이다.

우리은행은 다양한 방식으로 금리 설계를 할 수 있는 ‘마이스타일 모기지론’을 새롭게 내놨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고정금리 및 분할상환 상품과는 거리가 있다.

하나은행도 관련 상품 개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 분할상환 상품 개발에 대한 당국의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다”며 “당분간 상품을 새로 개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현재 자금 조달 구조 내에서는 고정금리 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요 자금 조달원인 은행채 만기가 1~3년에 불과해 고정금리 상품 비중이 높아질 경우 금리 리스크를 헤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금융당국에서 커버드본드 등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을 활성화해 은행의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지는 미지수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커버드본드는 장기물로 발행할 수 있고 금리도 낮은 편이지만 아직 국내 시장이 미성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특히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채는 수요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상품 간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것도 문제다.

전 수석연구원은 “고정금리는 은행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대출자 입장에서는 선뜻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기 고정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의 조치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당국이 조만간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키로 했지만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구조적인 문제가 많아 획기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