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동반성장 요원한가-上> 대금 미지급·저가 계약…속타는 하청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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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5-0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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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금미지급·저가계약 등 하도급 관행 여전<br/>- 물가 오르더라도 공사금액 올리기도 힘들어<br/>-'상생'위한 펀드 조성 등 변화 바람은 긍정적

건설업계에도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하도급 비리 근절에 나선데 이어, 대형 건설사들도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하청을 받아 일을 해야 하는 전문건설업체 등 중견·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을’의 입장에서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한다며 불만이 여전하다.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는 하도급 실태를 점검해본다.

# 전문건설업체인 A사는 최근 한 종합건설업사부터 우수협력사로 뽑혀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계약이행 보증면제 등의 혜택도 받게 됐다. 하지만 원도급자가 계속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는 한 이 같은 혜택이 얼마나 오래갈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 중견건설업체인 B사는 일을 마무리하고도 원청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원청 건설사가 뒤늦게 설계 변경을 요청해놓고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원청업체가 약속한 기간 내에 변경 요청을 해야 하는데 계약 기간 이후에 설계변경을 요청한 후 이를 핑계 삼아 대금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2일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가 전한 건설업 하도급 실태의 한 단면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건설업 하도급 개선을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대금 미지급이나 저가 하도급 계약 등 뿌리 깊은 하도급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중견 건설업체는 원청 업체로부터 부당 계약을 강요받았다. 물가가 오르더라도 공사금액을 증액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건설업체는 공사가 99%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100% 완공이 되지 않은 만큼, 계약불이행으로 간주해 공사비의 10%를 배상하는 조건 때문에 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도급표준계약서를 작성하면 좀 상황이 나아질 텐데 백이면 백 모두가 쓰질 않는다”며 “이게 다 종합건설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최근 어려운 건설경기를 이유로 주기적으로 지급하던 공사대금을 늦게 주기 위해 기성고 검사를 지연시키고, 공사대금을 미분양아파트로 대물변제 또는 강매하는 사례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철강재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하도급업체의 가격협상 요구에도 소극적으로 응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반복적인 재입찰을 통한 저가하도급 결정, 특허 등 핵심 기술자료는 물론 원가계산서까지 요구하는 것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최근 하도급 대금 직불제, 표준계약서,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도입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서울특별시 공정 하도급 및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또 하도급 개선협의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동시에 서울특별시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도급 대금이 적정하게 지급됐는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하도급 대금지급 확인시스템’도 구축해 오는 11월부터 시범 적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서울시가 강화하고 나선 하도급 관련 제도는 획기적인 제도로 볼 수 있다”며 “공정한 틀 안에서 함께 성장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정부도 56개 대기업(건설사 12곳)을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기업으로 선정하는 등 하도급 비리를 뽑기 위해 정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10대 대형건설사가 100여개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협약에는 올해 3530억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4000여개의 협력사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하도급 문화 개선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점차 조성돼 희망의 빛이 보인다”면서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제도와 풍토가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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