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해양조선의 주인 찾기는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환골탈태한 대우일렉조차 외국기업에 휘둘리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엔텍합은 대우일렉 인수 협상 과정에서 채권단측에 강한 인수 의지를 수차례 타진했다. 하지만 최근 인수대금 마련 등 실질적인 인수 작업에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엔텍합이 이미 내부적으로는 대우일렉 인수를 포기해 놓고 M&A 실패의 후유증을 염려해 면피용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엔텍합은 지난 해 11월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우리은행 등 대우일렉 채권단과 5777억에 대우일렉을 인수한다는 내용의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엔텍합은 인수대금 납입일을 번번히 지키지 않았다. 채권단은 그때마다 엔텍합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M&A 성사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엔텍합이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되레 엔텍합은 최근 인수대금을 낮춰줄 것을 요구하며 채권단과 마찰을 빚고 있다.
엔텍합이 인수대금 할인을 주장하는 근거는 두 가지다. 환율 변동으로 인수대금이 실제적으로 높아졌다는 것. 또 인수 후 대주주가 바뀌어도 기존 대우일렉 고객사들이 거래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받아주지 못하면 이를 대신해 인수대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두차례 납입기한일을 미뤄온 채권단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때문에 엔텍합이 인수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걸어 자연스럽게 계약을 파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엔텍합이 대우일렉 인수에 실패했을 경우 자사의 평판이 안 좋아지는 등 M&A 후유증을 우려해 일부러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M&A 무산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엔텍합이 계약금 분쟁 문제를 염두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가 전면 중단되면 엔텍합이 내놓은 계약금을 두고 채권단과 엔텍합 간 분쟁의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며 “대우일렉 인수에 ‘할 만큼 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도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채권단은 일단 엔텍합의 인수대금 납입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도 차순위 협상대상자였던 일렉트로룩스를 새로운 협상 대상자로 거론하는 등 엔텍합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채권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엔텍합의 요구 조건이 까다로워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달 말까지 결론짓지 못하면 일렉트로룩스 등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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