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자수익 확대 등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을 도외시한 채 고금리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 확보에 주력해 왔던 영업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생산성 등 각종 경영지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올 1분기 한국씨티은행은 14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분기 순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9년 2분기(1163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순익 증가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적용에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3156억원의 순익을 올려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335억원)에도 뒤졌다. 시중은행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수익 구조는 고금리 가계대출에 편중돼 있다. 지난 1년 동안 기업대출은 1조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가계대출은 2조6000억원(22.3%)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은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6.6%)보다 3배 이상 높았고 국민은행(2.2%) 우리은행(3.6%), 하나은행(7.5%) 등 대형 시중은행을 크게 웃돌았다.
개인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0.20%로 국민은행(10.09%), 우리은행(7.45%), 하나은행(6.93%), SC제일은행(8.52%) 등 경쟁사보다 높았다.
최하위 등급 대출금리는 18.88%로 다른 은행보다 2배 가량 높았고 저축은행권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을 확대하다보니 고금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가계대출 건전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84%에 달한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0.32~0.51% 수준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98%로 국민은행(0.90%), 우리은행(0.56%), 하나은행(0.31%), SC제일은행(0.39%) 등을 크게 웃돌았다.
생산성도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직원 1인당 예수금 유치액은 97억원으로 SC제일은행(91억원)을 제외하면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직원 1인당 대출금 유치액은 71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꼴찌다.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이 시급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국씨티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4년째 0원이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PF 대출 취급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이 PF 부실 유탄을 맞으면서 한국씨티은행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건설 부문을 비롯한 기업금융 역량이 저하된 상태다.
신용카드나 방카슈랑스 등 비이자수익 부문도 경쟁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한 금융권 인사는 “한국씨티은행은 국내에서 선진 금융기법을 선보이거나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가계 신용에 많이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은행처럼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도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국계 은행의 경우 가계금융 중심으로 운영된다”며 “과거 가지고 있던 기업금융 노하우가 많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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