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남북대화 전략 좌초 위기에 '고심'

  • 6자회담으로 가는 '3단계 접근안' 무산위기에 놓여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북한이 1일 남북간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대화거부 의사를 분명히 함에 따라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남북대화를 출발점으로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으로 가는 정부의 '3단계 접근안'이 좌초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3단계 안은 우리 정부가 분명한 이니셔티브를 쥐어온 6자회담 재개 해법이다. 작년 하반기 최초로 입안한 이후 미ㆍ중을 비롯한 관련국들로부터 사실상 ‘위임’을 받아 3단계안의 출발점인 남북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거부를 선언하면서 ‘판’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북핵 문제를 남북대화의 틀로 가져와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정부의 구상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국면이 조성된 것이다.

남북간 채널이 ‘경색’될 경우 북핵 논의의 이니셔티브가 미ㆍ중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6자회담 재개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발언권과 역할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일단 정부로서는 상황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당장 대응할 카드도 마땅치 않은데다 섣불리 대응할 경우 국내적 논란만 키우면서 북한이 노리는 ‘판 흔들기’ 전략에 휘말려들 수 있다는 게 당국자들의 상황인식이다.

통일부는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상황 관리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이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하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겠다고 밝힌 마당에 당장 조치를 취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시간이 약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앞으로 미ㆍ중을 중심으로 한 5자 협의 틀을 긴밀하게 가져가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대남 강경기조가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목표에 배치되는 흐름이라는 여론을 조성하면서 대북 압박기조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세 외교부 대변인은 6자회담 3단계 접근법의 유지 여부에 대해 “지금 우리가 촉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핵 문제 해결과 그에 기반해 북한이 진지하고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그것이 있고 나면 방식이 3단계든 5단계든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측의 반응에 대해서는 “중국측의 특별한 반응을 들은 바 없다”며 “그러나 최근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에서도 그런 여러 가지 중국 측의 희망이나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명되지 않았는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대화의 끈은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관계 상황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북측의 과거 행태로 볼 때 자신들의 계산법이 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색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공개 내용이 기존 대북정책 원칙과 다른 부분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국회 답변을 통해 북한 공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고, 북한 주장을 사실로 간주한 것이기 때문에 (기자의)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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