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들의 자화상을 그린다…8년 만에 돌아온 연극 '돐날'

연극 '돐날'의 한장면. (사진=유승관 기자)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극의 배경은 30대 중반인 지호,정숙 딸의 돌 잔칫날. 잔치판에서 술을 마시고 화투판을 벌이는 남자들의 모습과 음식을 장만하고 나르는 여자들의 모습이 중첩된다. 20대에 지녔던 꿈의 상실과 삶의 피로와 이기심이 중점적으로 표현된다.

작품이 초연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인 문제들이 음식과 함께 돌상에 오르는데, 희망으로 가득 찼던 20대를 지나 이들이 도착한 30대는, 전셋값 몇 백 만원에 전전긍긍하고, 양육의 부담으로 아이를 지우고, 돈으로 학위논문을 매매 하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대의 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을 비웃기도 하는 30대의 분열적 자화상이 펼쳐진다.

연극 ‘돐날’은 이른바 ‘386세대’에 관한 작품으로 견고한 제도권 사회의 질서 속에서 젊은 날의 꿈을 잃은 채 점점 마모돼가는 이들의 비루한 오늘을 지극히 사실적인 질감으로 그린 작품이다.

초연 당시 단숨에 연극계의 눈길을 사로 잡으며, 2001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BEST3, 2002 동아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수상, 2002 대산문학상 수상(희곡부분) 등 굵직한 상을 고루 휩쓸었다.

8년만에 다시 공연되는 이번 작품은 극단 작은신화 창단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으로 선정되어 더 깊어진 연출력과 원숙한 연기력으로 다시 관객 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2011년 연극 ‘돐날’는 초연 당시의 멤버들이 대부분 그대로 합류해 그 기대를 더한다. 연극적인 디테일을 잘 살려내기로 유명한 김명화의 치밀한 극작, 25년에 걸친 치열한 자기 연마가 돋보이는 최용훈의 노련한 연출과 더불어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더 깊은 연기 내공을 쌓은 연극계 대표 배우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까지 더해져 초연 때 보다 한층 더 절묘한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폭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길해연’, ‘돐날’을 통해 강렬한 연기력을 선보여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한 ‘홍성경’, 특유의 구수한 생활 밀착형 연기력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서현철’이 초연 때와 동일한 역할로 무대를 지킨다.

또한 영화와 연극을 오가는 개성 넘치는 연기로 평단의 지지를 받는 여배우 ‘황정민’과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가진 배우 ‘정승길’이 원년멤버 속 새로운 얼굴로 합류해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무게감으로 무대를 가득 채울 극단 작은신화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 김왕근, 김은석, 정세라, 김문식, 김기준 등이 출연한다.

최용훈 연출은 2일 “지금 시대에 맞추지 않고 옛날의 장면 그대로를 타임머신처럼 가져온 작품이다”며 “원년 멤버 그대로 설 수 있었다는 게 이 작품이 가진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3일부터 7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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