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우익 학술단체 '일본토론연구학회'가 '세계 최강 기업,삼성이 두렵다'라는 저서를 통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내린 평가다. 자국에 대한 긍지가 강하고 유독'혐한' 정서가 강한 일본 우익단체가 이 회장을 치켜세운 것은 그만큼 삼성의 역량이 경외할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0년대 3류 전자기업의 낙인이 깊숙히 박혀있던 삼성이 10여 년만에 글로벌 IT기업의 위상을 차지한데는 이 회장의 리더십이 주효했다. 1993년 6월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자"며 포문을 열고 삼성의 '신경영'을 주창했다.
이 선언은 불량제품에 대한 위기감이 없었던 생산라인에서의 부실이 단초가 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때 까지 생산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하는 등 '질 경영'에 무게를 실었다.
1995년에는 구미사업장에서 당시 기준으로 500억원에 달하는 통신기기를 불태우는 이른바 '휴대폰 화형식'을 지시했다. 자신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이 속도를 내지못하면서 충격요법을 실시한 것. 그리고 현재 삼성은 IT 부문 최고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이같은 이 회장의 리더십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올해 7~8월호에 실렸다. 신흥시장 기업집단 연구에서 세계적 석학인 타룬 카나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와 서울대 송재용ㆍ이경묵 교수가 함께 작성한 '삼성 경영의 패러독스' 논문을 담은 것.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이 발간하는 이 잡지는 글로벌 경영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와 이론·실무를 전달하는 '살아 있는 경영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을 상세히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아시아 기업으로는 도요타·싱가포르에어라인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저널에 이름을 올렸다.
카나 교수 등은 "1990년대 초반 글로벌 삼류 기업에서 21세기 최고 정보기술(IT) 제조업체로 변신한 삼성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며 삼성경영의 핵심은 △대규모 조직이면서도 빠름 △다각화와 전문화 △일본식 경영과 미국식 경영의 결합 등 성격이 상충된 요소를 결합해 성과를 내는 '패러독스'(역설적) 경영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이 회장에 대한 해외 언론과 경쟁사 등의 재조명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해외 유력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장의 복귀는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참여 전통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라며 "이 회장의 관록과 경륜이 삼성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안겨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이낸셜타임즈 역시 "휴렛패커드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전자업체로 우뚝 선 삼성이 올해도 선두를 키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지도자 50'에 이 회장을 포함시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지만 그간 '사령탑 부재'가 지적돼 왔다"며 "이 회장의 복귀로 삼성은 설비투자에 적극 나서는 한편 신사업 육성 등 미래경영을 펼칠 것"으로 전망했다.
IMF와 글로벌 금융 위기 등 최악의 시련 속에서 오히려 빠른 발전을 일궈낸 이 회장에 대해 일찌감치 높은 평가를 내린 곳들도 상당하다.
일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6년 "재벌 형태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응하고 있는 대표적 한국 기업은 삼성이며 이 같은 도약의 원동력은 이 회장의 리더십에 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 신문 2005년 역시 "이 회장은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소이치로, 모리타 아키오 등 전후 일본의 카리스마 경영자를 방불케 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일본 경제를 이끈 존경받는 경영인의 표상이다.
이 회장에 대해 '은둔의 제왕'(The Hermit King)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던 뉴스위크는 "이 회장이 1993년 실시한 개혁(신경영) 덕택에 삼성은 아시아 금융위기를 무사히 넘긴 유일한 기업이 됐다"라며 2003년 11월24일자 커버스토리를 통해 비중있게 다뤘다. 연말에는 특별호 '2004년의 이슈'에서 이 회장을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는 8명 중 한 사람으로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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