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기 적합 업종 ‘좋은 사례, 나쁜 사례’

(아주경제 김선환·김면수 기자)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이 도를 넘고 있다. '비지니스프렌들리'를 표방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틈타 자산총액 기준 15대 대기업집단이 중소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분야로까지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그 방식 또한 노골화되고 있다. 예전에는 중소 하청업체들에게 납품단가를 떨어뜨리는 방식이 고작이었지만, 이제는 아예 계열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대표적인 게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업) 분야다.

일부 대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창출에 과감한 투자를 벌이는 사례가 간간히 눈에 띄기는 하지만, 가뭄에 콩나듯이 제한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15대 대기업집단의 비제조업 분야 계열사 신설은 4년간 무려 74.2%에 달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조사에서도 대기업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는 품목이 간장, 고추장, 두부 등 성장이 제한돼 있는 식품분야에서만 46개 품목이 접수돼 전체 234개 품목의 20%에 달했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 '좋은 사례'

삼성은 지난해 5월 태양전지·전기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 제약·의료기기 등을 그룹 차원의 5대 신수종사업으로 정했다. 오는 2020년까지 총 2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에 따라 성장가능성이 있는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을 인수, 헬스케어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초음파 진단기 개발 등 헬스케어 분야의 유통망을 다져온 메디슨은 지난해 12월 삼성메디슨으로 탈바꿈, 또다른 성장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 1월 친환경소재로 각광받아온 생분해성플라스틱 생산업체인 E화학의 기술진과 자산을 인수한 것도 삼성그룹이다. 제조업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확보가 시급한 국내 여건상 신수종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석유화학업체 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품목' 선정을 놓고 '고유업종제도'의 부활 아니냐며 비판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벤처정신으로 무장해도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쉽지 않은 마당에 중소기업들의 영역마저 내 것으로 만들려는 것에 우려를 표하는 곳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동반위가 준비중인 중소적합업종 품목에는 △재생타이어 △플라스틱파이프 △플라스틱병 △폴리에틸렌필름 등 13개 석유화학품목이 포함된 것은 중소업체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감몰아주기’등 '나쁜 사례'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도 노골화, 지능화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1년 25억원을 출자해 만든 물류회사현대글로비스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와 기아차 등에 6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런 방식만이 아니다. 최근 대형 식품회사인 S산업이 100%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방식으로 '두부'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도 중소생산업체들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식품분야에 무분별하게 진출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각 지역별 특색을 가진 빵집이 전국에 2만개가 넘었지만 지금은 일부 대기업 계열 제빵회사들이 득세하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는 "대기업들이 두부, 콩나물, 고추장, 간장, 쌈장 뿐만 아니라 볼펜 시장에까지 눈독을 들이면서 중소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구조가 체제화되면 성장잠재력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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